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입력
2023.06.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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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사진전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
8월 6일까지 DDP디자인갤러리

"건축 사진의 첫 번째 기능은 의뢰받은 건축물의 적절한 기록이다. 김용관은 여기서 머무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는 건축물을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다." (사진비평가 최봉림)

국내외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을 기록하는 '건축사진가' 김용관(54)의 개인전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에서 열린다. 건축과 풍경의 관계성에 천착해 온 김용관은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건축가협회(AIA)의 건축 사진가상을 받은 작가다. 1990년 건축잡지 '건축과 환경'에서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 전문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하며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엔 40여 점이 나왔다.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김태수),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김찬중), 제주 수·풍·석뮤지엄(이타미 준) 등 익숙한 유명 건축물이다. 150㎝ x 100㎝ 크기 사진 작품에선 건축물을 하나의 독립적인 오브제나 사물이 아닌 자연과 도시 속에서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대상으로 보는 작가의 시선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건축가보다 건축물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물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 '비오토피아 석뮤지엄'(2005)이 그렇다. 건축 애호가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눈밭의 미술관 사진은 건축가로부터 의뢰받은 사진 작업을 끝낸 후 작업한 사진이다. 제주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불현듯 흰 눈밭 위 건축물의 이미지가 떠올라 제주도로 날아갔다. 무거운 카메라를 지고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그는 머릿속에 그렸던 그 순간과 마주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온통 눈에 뒤덮인 곳에 덩그러니 서있는 석 미술관을 보면 건물에도 고유의 표정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작업 노트에서 그는 "건축물은 주변의 수많은 관계를 통해 탄생하듯 나의 작업도 관계에서 출발한다"며 "관계야말로 건축이 가진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것을 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다"고 했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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