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2년 이상 지연… “에어아시아·비엣젯항공 이용 주의”

입력
2023.05.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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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젯항공, 적립금으로 환불 약관
공정위 해당 약관에 시정 권고
에어아시아 경영난에 환불 지연


올 2월 국내 여행사를 통해 비엣젯항공 항공권을 약 140만 원에 구입한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항공사 사정으로 비행편이 취소됐는데도 적립금으로 환불해 주겠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해당 적립금은 양도할 수가 없고, 유효기간(1~2년)마저 있어 기간 내 비엣젯항공을 다시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2020년 1월 에어아시아 홈페이지에서 필리핀 왕복 항공권을 약 30만 원에 결제한 B씨는 이후 코로나19가 번지자 같은 해 3월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계속된 환불 요청에도 에어아시아는 “상담 급증으로 환불이 미뤄지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B씨는 3년이 지나도록 환불을 받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비엣젯항공과 에어아시아 관련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비엣젯항공과 에어아시아는 동남아시아 여행 때 많이 이용하는 저비용 항공사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비엣젯항공 관련 상담은 329건, 에어아시아는 520건에 달한다. 그중에서 올해 1분기(1~3월) 상담 건수는 비엣젯항공이 139건, 에어아시아가 142건으로 전년도 4분기보다 각각 127.9%, 33.6% 증가했다.

비엣젯항공 관련 상담은 취소와 환불 거부(66.2%·올해 1분기 기준)가 주를 이뤘다. 비엣젯항공은 2021년 6월부터 ‘항공권을 구입한 뒤 취소하면 적립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약관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사정에 따른 취소뿐 아니라, 운항 취소나 일정 변경 등 항공사 사정에 의한 경우도 여기에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약관에 대해 지난달 시정권고했고,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을 내릴 예정이다.

에어아시아는 취소 및 환불 거부(52.8%)와 계약 불이행(44.4%) 관련 상담이 대부분이었는데, 환불 처리가 오랜 기간 미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많았다. 소비자원은 “에어아시아는 ‘문의량 급증’을 환불 지연 이유로 들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항공권 구입계약 후 7일 이내에 취소를 요청한 경우 청약철회가 가능하고 이를 제한하는 환불위약금 규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비자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유사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자에게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나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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