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초여름 날씨로 벌써 불청객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4월에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가 42명으로, 지난해보다 3.5배 증가했다.
그저 성가신 존재인 모기는 말라리아 등을 옮겨 매년 전 세계적으로 50만~6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기를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같은 공간에 여러 명이 있어도 유독 한두 사람에게 모기의 공격이 집중될 때가 있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코너 맥메니먼 교수팀은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모기가 먼 곳에 있는 사람 체취에 섞여 있는 카르복실산 성분을 맡아 피를 빨 대상을 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금까지 알려진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①땀ㆍ발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 ②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 ③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사람 ④암모니아ㆍ땀ㆍ향수 냄새 풍기는 사람 등이다.
모기는 1m 이내로 가까이 접근해야 물체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근시이지만 후각은 매우 발달했다. 50m 밖에서도 사람의 땀ㆍ발 냄새와 땀 속에 포함된 젖산을 감별한다. 미국 플로리다대 명예 교수인 제리 버틀러 박사는 “모기가 운동 후 나는 땀 냄새를 비롯해 젖산과 이산화탄소를 감지한다”고 했다.
모기는 눈으로 특정 파장의 빛을 찾는다. 2022년 워싱턴대 연구팀은 모기가 흡혈 대상을 찾을 때 이산화탄소로 위치를 파악한 뒤 빨간색ㆍ주황색을 찾아가 날아가며, 반면 녹색ㆍ파란색ㆍ보라색은 무시한다는 걸 알아냈다. 연구진은 모기가 파장이 긴 색을 찾아 움직이기에 파장이 긴 붉은색 계열 옷을 입으면 모기에 잘 물릴 수 있다고 했다.
모기는 이산화탄소를 따라가기에 신체대사량이 높은 어린이ㆍ임신부ㆍ몸집이 큰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모기에 잘 물리기 쉽다.
모기는 또한 암모니아ㆍ땀ㆍ향수 등의 냄새를 좋아한다. 모기는 땀 속 젖산 냄새를 20m 밖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체내 지방이 많거나 발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도 모기에게 물리기 쉽다. 술을 마셨을 때도 알코올이 분해돼 나오는 암모니아가 땀에 섞여 나는 냄새로 인해 모기에 잘 물릴 수 있다.
이 밖에 기존에 쓰던 비누를 다른 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모기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신경행동학자 클레망 비노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비누 사용이 모기의 흡혈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개방형 정보 열람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비노제 박사는 “씻지 않았을 때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비누 종류에 따라 씻기 전보다 더 잘 물리거나 덜 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코코넛 향 비누를 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