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째 장기집권 중인 훈센(72) 캄보디아 총리의 발언이 거칠어지고 있다. 서방 국가가 그의 마이웨이 리더십과 인권 탄압을 비판하자 캄보디아 주재 외국 대사들에게 "내치에 끼어들지 말라"며 독설했다. 총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스트롱맨’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행보로 해석된다.
25일 프놈펜포스트 등에 따르면 훈센은 전날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한 병원 준공식에서 “프랑스, 일본 및 다른 나라 대사들에게 전하고 싶다. 캄보디아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말고 지금부터 선거일까지 조용히 있으라”고 말했다.
또 “나와 악수하면서 동시에 내 발을 밟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사조차 캄보디아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데 오히려 (비아세안) 외교관들이 선을 넘고 있다”라고 했다.
훈센 총리는 같은 날 남서부 시아누크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서는 “서방 외교관들은 내가 그들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를 모욕하고 우리 주권을 모욕했다”며 "다시는 오만하게 굴지 말라”고 경고했다.
훈센 총리가 말한 ‘선을 넘는 행위’나 ‘주권 모독’은 군부의 야당 및 야권 인사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를 의미한다. 7월 23일 총선을 앞두고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반군부 정당의 총선 참여 자격을 박탈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캄보디아가 민주주의 탄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3월에는 군부가 훈센 총리의 정적 켐 소카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에게 반역 혐의를 이유로 가택연금 27년형을 선고하자 유럽의회 의원들이 ‘캄보디아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주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대사도 켐 소카의 집을 방문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행위에 훈센 총리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셈이다.
훈센 총리가 외교와는 무관한 행사장에서, 그것도 당사자인 대사들이 없는 자리에서 거친 발언을 쏟아낸 것은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캄보디아 민주주의연구소 설립자인 셍 새리 호주 멜버른대 사회개발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강대국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정치인임을 대중에게 보여줘 지지세를 높이려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