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계에 뜨고 있는 직함이 '어드바이저'다. 차두리(43) 축구 국가대표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와 김연경(35) 배구 국가대표팀 어드바이저가 대표적 인물이다. 말 그대로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조언을 하는 역할이다.
올 들어 어드바이저가 된 두 사람을 가까이 보면서 의아했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배구협회는 둘을 어드바이저로 임명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현장에서 본 둘은 의외로 조용했다. 후배격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거나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지난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김연경에게 "후배들에게 어떤 잔소리를 가장 많이 하느냐"고 물었다. 선배나 감독들에게 할 말 하는 그가 후배들에게도 그럴지 궁금했다.
그러자 김연경의 목소리 톤이 낮아졌다. "조언은 많이 하고 있지 않아서..."라는 대답이었다. 그는 "부담 아닌 부담을 불어넣는 건 아닌가 싶다. 제가 말 안 해도 작년보다 좋은 성적과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걸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결과는 참혹했다.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 도쿄올림픽 4강 주역들이 대표팀을 은퇴하면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 배구의 현실을 직시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연습 경기가 시작되자 코트 바깥에 섰다. 한유미 대표팀 코치와 의견을 나눴을 뿐 웬만하면 간섭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김연경의 몸은 코트를 향해 움찔거렸다. 공격과 수비, 블로킹 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움찔거리는 몸을 5번 정도 참았다. 그러다 짧은 조언을 한 뒤 "잘하고 있다"며 곧바로 물러섰다.
차두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20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첫 훈련을 진행한 날, 차두리는 아예 그라운드 밖에 있었다. 그는 골대 뒤편에서 대표팀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간간이 클린스만 감독, 코치진과 대화를 나눌 뿐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진 않았다. 김연경과 달리 언론에 나서는 것도 극도로 자제했다.
항간에는 두 사람이 겸업하고 있어 그렇다는 의견도 있다. 차두리는 현재 FC서울 유스강화실장으로,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현역 선수로 활동 중이다. 감독도, 코치도 아니기에 역할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지도를 하는 게 어려울 거란 해석이다.
과연 그럴까. 둘은 후배들을 무척 조심스럽게 대했다. 2000년 이후 출생한,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들에겐 더욱더.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 안에는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서려 있었다. 경험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차두리는 오산고 감독을 하면서 10대 어린 친구들과, 김연경은 현역 선수로 20대 초반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들과의 소통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지인이 젊은 사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회사 규모를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은 "요즘 친구들은 정말 대하기 어렵다"였지만, 나이 어린 사원들과의 소통에서 실패했단 고백으로 들렸다. 서로 간에 한 발 물러섬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더니, 차두리와 김연경에게 또 하나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