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맡던 국내 민간 기업들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 성공을 통해 국내 우주 산업 주연으로 거듭났다. 정부가 국내 우주 산업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에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넘기면서다.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누리호 3차 발사가 마무리되면서 우주 개발에 나선 민간 기업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 1·2차 발사 때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 설계, 조립, 부품 발주 등 누리호 제작의 전반을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민간 기업이 누리호 제작과 발사 과정에 참여한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이다.
실제 11명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이날 발사 준비와 운용 과정을 지켜보며 누리호 발사를 위한 기술을 습득했다. 구체적으로는 ①2명이 발사지휘센터에서 발사 준비, 발사임무통제, 발사 안전, 발사 지원 등을 배웠고, ②6명이 발사관제센터에서 발사체 준비 및 시험, 발사 준비 및 운용을 참관했다. ③나머지 3명은 발사대에서 발사체 점검, 추력벡터구동기 작업, 유공압 엄빌리칼(발사체에 산화제와 연료, 전기 등을 공급하는 연결장치) 작업 등을 배운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한화는 누리호보다 더 큰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도전한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누리호보다 성능을 크게 향상해 대형 위성 발사와 우주 탐사에 활용할 발사체를 만드는 사업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이 미국 내 전략자산투자 법인인 한화 퓨처프루프 주식 5만 주를 각각 6,557억 원에 추가 취득하면서 미국 내 우주항공 및 에너지 기업 인수 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민간기업들의 활약도 빛났다. KAI는 누리호 3호의 체계 총조립과 엔진 클러스터링과 연료탱크, 산화제 탱크 제작에 참여했다. 현대로템은 추진기관 시스템의 시험 설비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기반 시설 공사와 관제 설비 구축 등 발사대 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 및 제작해 설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3차 발사를 위해 국내 300여 개 참여 업체가 납품한 수많은 구성품을 오차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밀하게 조립했다"며 "민간 기업들의 협력이 대한민국 우주산업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