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예고한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일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 정부 방침에 호응해 경찰이 6년 만에 불법 집회 대응 훈련을 재개한 후 첫 대규모 쟁의행위라 향후 집회ㆍ시위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및 각 시ㆍ도청 경찰부대는 전날부터 ‘단계적 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시작했다. 16, 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집회를 윤석열 대통령과 당정이 ‘불법’으로 규정하며 엄정 대응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이다. 2017년 3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진행되는 이번 훈련엔 전국 경찰 기동대 131개 중대 1만2,000여 명이 참가한다. 훈련 내용은 집회 과격행위자 이격ㆍ차단, 불법 집회 해산, 경찰 폭행 시 제지 및 검거 조치 등이다. 소음 규정을 위반한 참가자들의 확성기 등 장비를 빼앗는 일시 보관 조치 훈련도 병행한다.
경찰의 달라진 집회ㆍ시위 대응 수위는 31일 예정된 금속노조 총파업에서 첫선을 보일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노조법 2ㆍ3조 개정(노란봉투법)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동개악ㆍ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외면해 노동자의 목숨만 앗아갔다며 강력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수도권 지부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모이고, 각 지역 지부별로 총파업 결의대회가 진행된다. 서울 도심에만 수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대응 수위다. 정부와 노조의 ‘강대강’ 대치 상황이 장기화한 데다, 경찰이 까다로운 집회 기준을 들이댈 것이 확실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상존한다.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국장은 “요즘 집회에서 폭력ㆍ불법 요소가 많이 사라졌는데도 경찰이 해산 훈련을 부활시킨 자체가 노조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노조 탄압 분위기까지 더해져 조합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서 경정급 간부도 “현장 대응의 근거가 되는 법ㆍ규정은 바뀐 게 없는데 지휘부는 ‘엄정 대응’ 원칙만 되뇌고 있다”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대응해도 시위가 갑자기 격화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민주노총 측은 최근 수년간 준법집회가 자리 잡은 만큼, 노조가 먼저 법 질서를 심각하게 위반해 강경진압의 빌미를 주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조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으면 경찰도 과잉진압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