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정말 정신없이 지냈다. 학과장을 맡으면서 학부, 대학원, 교수님까지 모두 참여한 1박 2일의 학과 행사를 치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지난 18일 밤 갑자기 나타난 중력파 사건 때문이었다.
지난 칼럼에서 중력파 관측 시즌이 5월 24일 시작될 것이라 언급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중력파 관측 시즌 시작 전 한 달 동안 중력파 천문대가 시험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력파 관측은 4월 24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18일 밤 11시께 중력파 관측 '시즌 4'의 중력파 사건 1호가 나타났다.
다음 날 예정된 학과 행사를 위해 조금 일찍 잠을 청하려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났다. 거의 밤새 우리 팀원들과 함께 중력파 사건 관측에 매달리게 되었다. 우리 연구팀은 중력파 사건이 정확히 하늘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알아내기 위한 광학 망원경 후속 관측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중력파 사건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 있는 약 20대 망원경으로 망원경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중력파 사건이 터지면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 망원경 네트워크 이름은 영어로 도마뱀과 발음이 유사한 게코(GECKO·Gravitational-wave EM Follow-up Korean Observatory의 약자)다. 시야가 360도인 도마뱀처럼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나타날지 모를 돌발 천체를 신속하게 포착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지난 18일 밤에 나타난 중력파 사건은 S230518h라고 명명됐는데,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병합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성자별은 태양 1.4배 정도의 질량이 도시 하나 정도인 직경 10㎞에 불과한 지역에 밀집된, 밀도가 엄청나게 큰 천체이다. 블랙홀은 이보다 더 물질이 거의 무한대로 압축된 것이다. 블랙홀의 크기로 흔히 사용되는 '사건의 지평선', 즉 블랙홀 주변의 강한 중력 때문에 빛 신호도 빠져나올 수 없는 범위의 반경은 태양 정도 질량의 블랙홀의 경우 약 1.4 ㎞ 정도에 불과하다(서울대 관악캠퍼스보다 약간 큰 정도).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만나 합쳐지는 일에 대한 예측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 그런 사건을 직접 관측하게 된 것은 중력파 천문대가 가동하기 시작한 최근 몇 년 전부터의 일이다.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만나면 블랙홀에 중성자별이 병합되어 더 큰 블랙홀이 탄생한다. 그러니 S230518h는 새로운 블랙홀의 탄생을 알려주는 신호라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중력 환경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라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 이론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 이런 사건의 중요성이 있다. 그리고 어떤 블랙홀이 탄생할지, 중성자별이 순순히 블랙홀에 병합될지, 아니면 병합하면서 마지막 빛을 발하게 될지 아직 미지수라 우리 GECKO팀의 관측이 중요해진다.
예측되는 바로는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병합은 금, 은을 비롯한 많은 양의 무거운 원소를 우주에 뿌리면서 1, 2일 동안 잠깐 반짝하는 킬로노바라는 별로 나타나거나, 그보다 훨씬 붉고 어두운 킬로노바로 나타나거나, 심지어 블랙홀의 강한 중력 때문에 금, 은도 제대로 뿌리지 못하고 제대로 빛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S230518h의 중력파 신호에 따르면 마지막 경우일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 그런지는 우리 GECKO팀을 비롯한 광학 관측 연구자들이 밝혀내야 할 몫이다. 현재 분석 중인 관측자료로부터 흥미로운 결과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학과 행사를 무사히 마친 지난 20일, 가까운 곳에 있는 M101 은하에서 초신성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받아 그 주말이 더 바빠졌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우주의 모습을 연구하는 일은 분명 흥미롭기도 하지만 정신없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