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미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13세(2010년생 추정) 장남이 실제 있는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개행보에 딸 주애(10세 추정)와 동행횟수를 부쩍 늘리는 반면, 소문만 무성한 아들은 지금껏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부터 "장남이 있다"는 입장을 6년째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맏이는 딸 주애일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만약 국정원의 판단과 달리 장남이 없다면 '주애 후계설'에 무게가 더 실리게 된다.
스위스에 거주하는 요리사 조아오 미카엘로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초대로 2012년과 2013년 방북했지만 딸을 낳았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아들에 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1998~2000년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할 당시 단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내 리설주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고, 2013년에 재차 방북했을 때는 김 위원장이 "딸을 낳았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아들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도 조심스럽게 김 위원장에게 아들이 없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류가 감지됐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는 첫째 (아들)가 없는 것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식적으로는 아들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통일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북한 고위층의 진술도 '주애 맏딸설'에 힘을 싣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아내 오혜선씨는 지난 2월 본보 인터뷰에서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면서 주애를 후계자로 점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다만 김씨 일가 자녀 문제는 워낙 극비 사안이라 누가 맏이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정원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국정원은 올 3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구체적 물증은 없지만, 첩보와 외부정보기관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첫째가 아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2010년대 초 북한으로 남아용 고급 장난감이 대량 수입된 정황과 휴민트(HUMINT·북한 내 정보원)를 통해 알아낸 정보 등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에게 장남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에게 첫째인 아들과 둘째인 주애, 그리고 셋째(성별 불상·2017년생 추정)까지 총 3명의 자녀가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