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握力)이 약한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산 교수·오재원 연구원, 계명대 통계학과 손낙훈 교수 연구팀이 세계 지역별 중ㆍ장년층의 악력 저하에 따른 우울증 위험도 증가를 확인한 결과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 의욕 저하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며 인지 및 정신·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의 제한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특히 중ㆍ장년층에서는 노쇠와 신체 근력 저하로 인한 신체 활동의 저하가 자신감 상실이나 절망감 같은 부정적 심리 증상 및 우울증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신체 활동과 근력 강화의 역할이 규명되고 그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악력은 근력, 신체 및 정신건강의 유효하고 신뢰성 있는 지표이며 많은 연구에서 우울증과 악력 간 연관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세계 지역별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중ㆍ장년층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KLoSA), 중국(CHARLS), 미국(HRS), 영국(ELSA), 브라질(ELSI), 유럽 연합(SHARE)의 중장년층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45세 이상, 5만1,285명을 대상으로 악력과 우울증 간 연관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악력을 4분위로 나누어 가장 악력이 높은 집단인 1분위부터 가장 악력이 낮은 집단인 4분위까지 악력에 따른 우울증 위험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남성의 경우 영국 및 중국에서는 악력이 가장 큰 1분위 대비 모든 하위 집단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한국ㆍ브라질ㆍ미국은 1분위 대비 3,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증가했다.
유럽연합에서는 1분위 대비 악력이 가장 낮은 4분위에서만 우울증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한국ㆍ중국ㆍ브라질ㆍ미국에서 1분위 대비 모든 하위군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증가했지만 영국ㆍ유럽연합에서는 1분위 대비 4분위에서만 높은 우울증 위험도를 보였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악력이 가장 높은 1분위에 비해 악력이 가장 낮은 4분위에서 남녀 우울증 위험도가 각각 3.09배, 3.74배로 다른 지역 결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았다.
세계 지역별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여 분석했을 때 남녀 모두 악력이 높은 1분위에 비해 악력이 낮은 2, 3,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1분위 대비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2.32배 높았으며, 여성은 1분위 대비 4분위에서 위험도가 2.11배 높았다.
이번 연구는 세계 지역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다양한 국가와 인종으로 구성된 중ㆍ장년층을 대상으로 악력 저하와 우울증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산 교수는 “악력 저하와 우울증 간 연관성을 규명함으로써 중ㆍ장년층 우울증을 조기 선별하는 데 악력 측정을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정동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IF 6.533)’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