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文정부 가짜 평화" 국회 보고에... 민주당 "싸우자는 거냐"

입력
2023.05.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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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 대통령실 업무보고 초반부터 충돌
'후쿠시마 오염수' '원포인트 개헌' 입장차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라고 주장하자, 민주당이 "과거를 폄훼하는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항의하면서다.

조태용 "'美 대통령실 도청' 인정하지 않는다"

조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 안보에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며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의 평화로 미래 세대들이 안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튼튼한 안보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와 비교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발끈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조 실장의 업무보고에) 거짓말이 있다"며 '가짜 평화' 등 표현을 문제 삼았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 의원은 "저는 39년 동안 군복을 입고 노심초사하면서 북한 도발에 대비해 왔다"며 "왜 (윤석열 정부를) 돋보이기 위해 과거를 폄하하고 군을 폄하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실장은 "거짓말을 했다고 하니 안보실장으로서 가만히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저는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를 다니면서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장하면서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자고 했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지금 싸우자는 거냐"라고 맞받았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6개월 만에 업무보고를 하는데 윤석열 정부의 불통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국회의원이랑 싸우자는 것은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다. 저렇게 태도가 오만방자하고 불손해서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에서도 양측 간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조 실장은 '미국에서 대통령실은 도청했다고 하는데 인정하느냐'라는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니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며 "도청인지 아닌지는 좀 더 파악해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원전 오염수 가짜뉴스로 과도한 걱정 유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을 두고도 온도차를 보였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세슘이 삼중수소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하다는 표현은 과학적 사실과 부합 않는 가짜뉴스"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유발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민 건강은 다른 것과 비교가 안 된다.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없는 오염수가 나오면 절대 반대해야 한다"며 "(시찰단) 과학자들이 가서 (검증)하니까 맡겨보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시료 채취도 못 하고 명단 공개도 못 하는 견학단 수준"이라며 "왜 나서서 친일 정부를 자초하느냐"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관련 질의에 "개헌은 국가 대계를 위해 해야 한다. 종합적 비전을 갖고 전체적인 모습을 논의한 뒤에 하면 어떻겠느냐"며 "(민주당은) 원포인트 개헌이라지만 하는 순간 국정에 블랙홀이 되는데, 민생도 엄중하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대통령실 업무보고에 앞서 게임업체 위메이드의 국회 출입기록 공개 안건에 합의했다. 위메이드는 거액의 가상자산(코인)을 보유했던 김남국 의원이 투자했던 위믹스 코인의 발행사로, 김 의원 등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정준기 기자
김종훈 인턴기자
이다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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