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폭거"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여권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거부권 정국'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 10명 전원 찬성으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가결했다. 본회의 직회부 요구에는 상임위(환노위) 재적의원(15명)의 5분의 3 이상인 1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가 있음에도 다수 의견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지난 2월 20일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국회법이 정한 직회부 요건(법사위에서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음)을 충족했다.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다음 전체회의 때까지 계속 협의해 달라"며 협의 불발 시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를 예고한 바 있다. 상임위가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한 안건은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를 통해 본회의에 부의한다. 만약 본회의 부의 요구 이후 30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 처리를 '국면전환용 카드'로 보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으로 궁지에 처한 민주당이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쟁점 법안의 강행 처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 직후 성명을 통해 "야당의 입법 폭주는 민주당의 '돈봉투 게이트'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며 소위 '쌍특검'을 위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검은 입법거래'"라고 비판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필리버스터도 있고, 헌재 권한쟁의 심판을 신청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이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에게 부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불법 파업에 대한 제한을 풀어줄 여지가 있는 법이 여야 간 타협과 협의 없이 통과된다면,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회의 협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본회의 처리를 밀어붙일 경우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양곡관리법 개정안(4월)과 간호법 제정안(5월)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로 여권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권에선 거대 야당이 쟁점 법안의 강행 처리를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본회의 직회부안 의결을 국회법에 따른 절차라고 반박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는 5월 국회에서 한 번도 체계자구심사를 하지 않았고 법 처리 지연을 위한 침대 축구만 해 왔다"며 "전해철 위원장이 논의 요청을 한 뒤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법사위가 법안 내용을 반대하면서 심사를 고의적으로 보이콧하며 월권을 행사했다"며 "조정과 타협을 거쳐 마련된 대안인 만큼 정부와 여당은 전향적 입장에서 개정 논의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