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이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해 "정신건강을 크게 해친다"고 경고했다. 미국 공중위생국의 후신으로 사회적 위협이 될 만한 대형 보건 이슈 발생 시 공식권고문을 내왔던 PHSCC가 이번에는 소셜미디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 공중보건정책을 총괄하는 비베크 머시 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이날 소셜미디어의 공중보건적 문제점 등을 담은 19쪽 분량의 공식권고문을 발표했다. PHSCC는 우선 "소셜미디어가 유발한 정신건강 위기 상황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위험성도 구체적으로 기술됐다. PHSCC는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청소년은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는 이들보다 두 배가량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미국 10대의 95%가 최소 한 개 이상의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3분의 1은 소셜미디어 중독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미국 청소년의 30% 이상이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PHSCC는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도 내놨다. 머시 총감은 NYT 인터뷰에서 "청소년기는 뇌 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가정에서 정해진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고 휴대폰 없이 대화하는 등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시 총감은 소셜미디어 기업의 자정 노력도 촉구했다. 기업이 먼저 소셜미디어 이용 최소 연령 제한 기준(현행 13세)을 강화하고 유해성이 덜한 어린이용 소셜미디어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그는 "사용자가 알고리즘 및 플랫폼에 보다 오랜 시간 머물도록 하는 것이 아닌 사회성 강화 등 소셜미디어의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NYT는 PHSCC의 이번 권고가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려는 미국 내 움직임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을 부분적으로라도 금지하고 나선 주(州)는 몬태나와 유타 두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중보건당국이 공식 의견을 낸 만큼 향후 각 주에서 더 활발하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PHSCC 권고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적극적 변화까진 약속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보유한 메타는 이날 "PHSCC 권고문에 합리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한 뒤 "메타는 16세 이하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가입 시 계정이 자동으로 비공개 설정되도록 하고 있으며 청소년이 앱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 종류도 제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PHSCC는 최근 20년간 △비만 △총기사고 등의 위험성을 강조해 왔다. 전신인 미 공중위생국도 1964년 흡연 문제, 1986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사태 등이 심각해지자 공식권고문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