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한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내한이 다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친숙한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부터 대만 스타 허광한까지 많은 이들이 한국을 찾았다. 내한이 흥행 보증 수표는 아니지만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작품을 향한 호감도 상승은 자연스레 주어지는 덤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최근 내한으로 주목받은 작품들 중 하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그리고 주인공 스즈메의 목소리를 연기한 하라 나노카는 지난 3월 함께 한국을 찾았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내한 소식은 많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지난 4월 300만 관객 흥행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국에 방문했다.
천만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주인공들 또한 한국을 찾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비롯해 존 랜도 프로듀서, 배우 샘 워싱턴·조 샐다나·시고니 위버·스티븐 랭이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의 수많은 영화 팬들은 블루카펫 행사를 찾아 '아바타: 물의 길'을 만든 이들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스티븐 랭은 "한국 팬을 이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면서 내한에 대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한국을 찾았다. 톰 크루즈는 지난해 내한 행사를 소화하며 '탑건: 매버릭'을 소개했다. 당시 그는 "열 번째 한국 방문인데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정말 감사하고 한국에 오는 게 항상 좋다"는 인사도 건넸다. 지난 5월 개봉한 '메리 마이 데드 바디'의 주연인 대만 배우 허광한도 무대인사 등으로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났다.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의 주역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는 다음 달 4일 입국해 1박 2일 동안 기자간담회, 무대인사 등의 홍보 활동을 진행한다.
내한은 영화 마니아들과 해외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큰 선물이다. 화면 속에서 볼 수 있던 배우를 직접 만날 수 있고 때로는 궁금했던 점을 직접 물어볼 기회까지 주어진다. 해외 배우들과 감독들 또한 내한에 호의적인 상황이다.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는 경우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한국 방문을 빼놓지 않는 추세다. 작품 보는 눈이 까다로운 한국의 반응을 통해 세계적 흥행을 예상해 볼 수 있고 영화를 향한 대중의 관심 또한 뜨겁기 때문이다. 열렬한 환호는 한국을 찾은 배우들에게 큰 만족감을 안겼다. '아바타: 물의 길'에 출연한 조 샐다나는 "받아본 환대 중에 한국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홍보 또한 내한을 결정한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중요한 과제다.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의 행사가 진행되면 영화에 담긴 메시지나 비하인드 스토리 등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생기고 그 결과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흥미가 높아진다. 무대인사는 해외 스타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영화 마니아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된다. N차 관람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이미 작품을 본 스타의 팬들도 배우를 눈앞에서 보기 위해 다시 한번 티켓을 예매한다. 유명한 해외 배우가 내한하는 경우 예매가 어려워 '피 튀기는 전쟁 같은 티켓팅'이라는 뜻의 '피켓팅'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그러나 내한이 늘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불릿 트레인'은 브래드 피트의 내한으로 시선을 모았다. 2014년 '퓨리' 후 8년 만의 내한이었으나 성적은 아쉬웠다. 약 두 달 먼저 개봉한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이 819만 영화 마니아들을 극장가로 불러 모은 반면 '불릿 트레인'은 14만 관객을 기록했다.
대작 '아바타: 물의 길'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의 새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성공에도 내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이 작품들은 일찍이 기대작으로 주목받으며 많은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을 것이라는 관측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2009년 개봉했던 '아바타'를 재밌게 봤던 이들도,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가 지닌 감성에 반했던 이들도 내한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새 작품을 향한 기대감을 내비쳐왔다.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그럼에도 내한은 대작에게조차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인지도가 이미 충분히 높을지라도 배우, 제작진의 방문이 한국 관객들의 호감도를 상승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작이라 불리는 영화들의 홍보를 여러 차례 진행한 한 관계자는 "내한을 하면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영화를 더 자세하게 소개할 기회가 생기지 않나. 작품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노출되는 효과가 있다. 영화 관련 지표로 인지도, 호감도를 확인해오고 있는데 대작의 경우 내한이 인지도보단 호감도를 올리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내한으로 형성된 높은 호감도가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력을 만나면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된다.
내한으로 영화관 안의 볼거리들이 점점 다양해지는 가운데 한국 관객들의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중이다. 한국을 찾았던 몇몇 스타들은 재방문까지 약속하며 함성을 키웠다. 톰 크루즈는 '탑건: 매버릭'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30번, 40번 한국에 오겠다"는 말로 진정성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