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긴축' 자찬... 9할은 이미 팔렸거나 팔 계획 있었다

입력
2023.05.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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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공공기관 자산 매각 방침 공개
10건 중 8건, 이미 매각 완료·계획 수립
정부 "정권 출범 이후 매각, 실적 포함"

정부가 공공기관 긴축 차원에서 매각 방침을 밝힌 자산 10건 중 8건은 팔렸거나 이미 팔릴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구상과 관계없이 이뤄진 자산 처분까지 매각 실적에 포함돼, 공공기관 구조조정 성적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말 공공기관 혁신계획(혁신계획)을 통해 딱히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 출자회사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팔겠다고 한 자산 14조6,000억 원 중 올해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한 금액은 1조4,000억 원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은 매각을 마친 자산 가운데 규모 50억 원 이상 자산 22건(1조972억 원)만 추려 매각 시점, 매각 계획 수립 시점 등을 살펴봤다.

그 결과 정부가 혁신계획을 내놓기 전 공공기관이 이미 매각한 자산은 9건이었다. 예컨대 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4월 경기 용인본사 구사옥을 987억 원에 팔았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석유공사 역시 각각 지난해 3월 출자회사 지분(126억 원), 7월 해외 유전 지분(420억 원)을 처분했다.

공공기관이 혁신계획 공표 전부터 매각 계획을 수립한 자산도 9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철도공사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체결한 광운대역, 서울역북부, 대전역세권, 포항역 부지 매각 계약이 대표적이다. 모두 윤석열 정부 이전에 매각 계획을 세운 사업들이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부지 매각과 관련해 지난해 8월 이후 들어온 잔금 및 중도금 4,302억 원을 매각 실적으로 잡았다.

의원실 측은 혁신계획과 무관하게 팔렸거나 또는 매각될 예정이었던 자산 금액이 전체의 92%인 1조95억 원이라고 판단했다. 건수로는 18건으로 전체의 81.8% 수준이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 자산 매각 실적의 90% 이상이 뻥튀기로, 어차피 팔 계획이었던 자산을 내세워 공공기관 구조조정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며 "실적 부풀리기는 공공 부문 민영화 명분 만들기와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자산 매각을 주도한 기재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팔았거나 매각 계획을 수립한 자산도 구조조정 실적으로 보고해 달라고 공공기관에 요청했다. 정부가 혁신계획을 발표하기 전 실시한 자산 구조조정 역시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긴축 노선을 따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결정된 자산 매각까지 더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은 과도하다"며 "다만 정부 출범 이전에 이뤄진 자산 매각과 관련해선, 수많은 자산을 일일이 검증하면서 일부 걸러내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