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엠폭스인지 묻고 싶다

입력
2023.05.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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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진화과정에서 동물과의 관계가 가까워진 것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을 가축으로 길들이게 되면서부터이다. 누구는 사람도 동물의 일종이라지만 그건 감성적 인식일 뿐이다. 여전히 사람은 사람이지 동물은 아니며 생물학적 분류로 이루어진 개념일 뿐이다.

우리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결코 낮춰서 보면 안 된다. 우리를 여러 동물과 같은 수준의 존재로 생각한다면 이는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일이다. 동물이 말을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문제를 쓰는가 묻고 싶다. 우리는 이름을 지을 때도 분명한 실체를 나타낸다든지 확실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든지 무언가 확연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때 원숭이 두창이라고 부르던 질병에 왜 '엠폭스'라는 병명을 사용하게 된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원숭이 '멍키(monkey)'의 머리글 엠(m)을 따서 엠폭스라 한 것이겠지만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여태껏 써왔던 용어는 '원숭이 두창'인데 언제부터인지 엠폭스라고 바뀐 사실이 궁금하기도 하다.

원숭이 두창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벌써 1970년의 일이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그 당시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유형의 집단 발병이 있었던 것은 1996년과 1997년의 일인데 26, 27년이 지나서야 분명하게 실체를 알게 된 것이다. 아직도 원숭이 두창의 궁극적인 보유 숙주는 잘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원숭이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원숭이 두창'이라는 이름이 처음에 사용됐을까. 원래 천연두가 아닌 데다가 원숭이 두창이라 불리는 바이러스와 같은 무리에 속하는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쨌든 엠폭스라는 표기보다는 원숭이 두창이라는 말이 미덥다는 게 나의 판단이지만 굳이 다른 이름을 써야 한다면 '원두창'(猿痘瘡)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두창 감염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백신 사전예약자가 1,000명을 훌쩍 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원두창의 확산을 막으려면 물론 백신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건전한 삶과 함께 면역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모두 체득했겠지만 인체의 예방 기능을 되살리게끔 시민 모두가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춘석 예방건강동우회 대표·한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지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