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기반 P2E 게임, 지난해 정부 예산 받았다... 국회 이어 정부까지 로비 뻗쳤나

입력
2023.05.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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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 지원 사업' 20억여 원 투입 
게임위원회 '불법' 판단 속 이례적 지원
"문 정권 시절 지원… 감사·조사 불가피"
정부 "국내 금지 등으로 올해부턴 미지원"


'위믹스' 코인을 기반으로 한 'P2E'(Play to Earn·게임으로 돈 벌기) 게임들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지원 사업에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P2E 게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관련 사업에 정부 예산이 투입됐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상대로 한 P2E 합법화 로비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P2E 게임이 정부 사업까지 진출한 배경 역시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이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서 제출받은 '2018~2022년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콘진원은 지난해 2~3월 공고를 거쳐 4~11월 P2E 게임 5개에 총 20억6,751만여 원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게임콘텐츠 제작지원은 문체부 예산으로 콘진원이 운영하는 사업이다. 2021년부터 P2E를 비롯한 '블록체인' 관련 게임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다수 P2E 게임들이 지원 대상에 들어갔다.

특히 4억5,000만 원을 지원받은 S사는 사업 계획서를 통해 자사 게임을 김 의원이 거래했던 위믹스 코인 플랫폼에서 온보딩(유통)한다고 설명했다. 약 4억2,000만 원을 지원받은 C사의 게임도 올해 위믹스 온보딩을 통한 출시 계획이 발표됐다. 위믹스 발행사인 위메이드는 게임업체들과 함께 아이템 등을 사고팔 때 위믹스를 화폐처럼 사용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P2E 합법화 및 지원 사업은 위메이드의 성과와도 직결된다. 김 의원의 위믹스 대량 거래 사실이 논란이 되는 이유다.

정부가 사행성을 이유로 P2E 게임을 불법으로 분류해 온 만큼, 이들 업체에 예산이 투입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게임에서 주어지는 토큰이나 대체불가토큰(NFT) 역시 불법 경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등급 분류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서 P2E 게임을 내세운 업체들도 국내가 아닌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당장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게임 제작에 국비가 투입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평가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산·학·연 전문가 풀 가운데 무작위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를 거쳐 사업 대상을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용 의원은 "김 의원 사태로 논란이 있는 위믹스 등 코인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문재인 정권 시기부터 정부 예산으로 지원됐다"며 "어떻게 정부 예산으로까지 편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감사나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와 콘진원은 '한시적 시범 사업이었으며 선정 과정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게임산업종합 진흥계획을 근거로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과 융합한 게임콘텐츠 시장의 선도적 개척을 위해 해당 사업을 진행했으며, 불법을 이례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P2E를 전제로 한 게임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게임 제작으로, 해외 출시를 목표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시장 위축 등 블록체인 게임 제작에 대한 국고 지원 지속의 당위성이 떨어지면서 (올해부터는)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소속인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전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과 관련해 불거진 P2E 업계의 입법로비 의혹을 밝히는 문체위 차원의 청문회를 내달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