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22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04%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액이 100만 원이라면 3,000원 이상을 제때 갚지 못했다는 얘기다. 3월 0.272%에서 소폭 상승한 데다 지난해 4월(0.186%) 대비 0.118%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0.27%, 전년 동월 0.154%)만 따로 떼면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 은행의 경우 지난달 가계대출 연체율(0.32%)이 2018년 4월(0.3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다른 한 곳(0.23%)은 2019년 2월(0.23%) 이후 4년 2개월 만에, 다른 두 곳(각각 0.28%, 0.27%)은 2020년 8월(순서대로 0.3%, 0.27%)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 등 기록적인 연체율을 보였다. 기업대출과 합산한 연체율이 3년 1개월 전인 2020년 3월(0.37%) 또는 2년 5개월 전인 2020년 11월(0.24%) 수준으로 상승한 곳도 있었다.
신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증가 추세다. 4월 신규 연체율은 0.082%로 전년 동월의 0.042%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NPL(0.25%)은 1년간 0.016%포인트 늘어났다. 신규 연체율은 새로 발생한 연체액을 직전 월말의 잔액으로 나눈 것이고, NPL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대출잔액 중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을 구한 것이다.
연체율 증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 및 경기둔화가 장기화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절대적 수치만 보면 연체율이 잘 관리되는 편이지만, 지난 1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시간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