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올라가는 은행 대출 연체율... "3~5년 내 최고"

입력
2023.05.22 17:00
13면
5대은행 연체율 1년 전의 2배
가계대출은 5년 만 최고인 곳도
"하반기에도 추세 지속될 것"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22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04%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액이 100만 원이라면 3,000원 이상을 제때 갚지 못했다는 얘기다. 3월 0.272%에서 소폭 상승한 데다 지난해 4월(0.186%) 대비 0.118%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0.27%, 전년 동월 0.154%)만 따로 떼면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 은행의 경우 지난달 가계대출 연체율(0.32%)이 2018년 4월(0.3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다른 한 곳(0.23%)은 2019년 2월(0.23%) 이후 4년 2개월 만에, 다른 두 곳(각각 0.28%, 0.27%)은 2020년 8월(순서대로 0.3%, 0.27%)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 등 기록적인 연체율을 보였다. 기업대출과 합산한 연체율이 3년 1개월 전인 2020년 3월(0.37%) 또는 2년 5개월 전인 2020년 11월(0.24%) 수준으로 상승한 곳도 있었다.

신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증가 추세다. 4월 신규 연체율은 0.082%로 전년 동월의 0.042%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NPL(0.25%)은 1년간 0.016%포인트 늘어났다. 신규 연체율은 새로 발생한 연체액을 직전 월말의 잔액으로 나눈 것이고, NPL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대출잔액 중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을 구한 것이다.

연체율 증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 및 경기둔화가 장기화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절대적 수치만 보면 연체율이 잘 관리되는 편이지만, 지난 1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시간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