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종로 거리 일대와 조계사에는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을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단됐던 연등행렬이 4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렸다. 수많은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은 가로변에 걸려있는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다양한 연등을 보며 부처님 오신 날의 참뜻을 되새겼다.
경기 남양주시 운길산 속에 있는 수종사도 이맘때엔 불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은 규모는 아담하지만,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풍경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어둠 속 연등을 보기 위해 한밤중 서둘러 길을 나섰다. 가로등도 없는 길이지만 절에서 새어 나온 불빛을 따라 숲길을 걷다 보니 작은 마당에서 아름다운 연등을 만날 수 있었다. 수종사의 연등은 조계사 연등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더욱 정감이 갔다. 잠시 후 범종 소리가 어둠을 가르면서 절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큰스님은 대웅전에서 새벽예불을 드렸고, 처사님은 마음의 번뇌를 쓸 듯 마당을 대 빗자루로 쓸어내렸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자 연등 불빛은 하나둘 꺼져갔다.
연등은 연꽃 모양의 등에 불을 밝히는 것으로 무지와 번뇌로 어두컴컴한 세상에서 깨우침을 얻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불자들은 그 ‘지혜의 불’ ‘진리의 등’에 자신의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며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돌아오는 부처님 오신 날에는 사찰을 가지 않더라도 가로변 연등을 보며 마음속 소망을 읊조려 보자. 원하는 일을 마음을 다해 실행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