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판단 기준 완화한다

입력
2023.05.21 14:00
부당 이익 관련 심사지침 개정
총수 친족, 혈족 4촌·인척 3촌 축소

특허권을 갖고 있거나 독자기술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서 빠진다. 외부업체의 법정관리로 사업자를 긴급히 바꿀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대체사업자를 찾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경우 계열사와의 거래계약도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골자인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행위 심사 지침 개정안’을 22일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부당한 내부거래는 억제해야 하지만, 효율적인 내부거래는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 판단 기준을 법령에 맞게 완화했다. 현행 법령은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또는 ‘합리적 고려’ 중 하나만 충족하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심사지침은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일감 몰아주기 ‘예외’ 사례로 판단, 기준이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엔 심사지침도 법령과 같게 고쳐 둘 중 하나만 거치면 일감 몰아주기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일감 몰아주기 예외 기준인 긴급성 관련 내용도 구체화했다. 기존에는 경기 급변과 금융위기, 천재지변, 해킹 등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불가항력 상황에 이르지 않는 긴급한 경우’도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전산망이나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시설 화재로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가 해당된다.

‘부당한 이익’ 판단 기준도 상세히 했다. 이전까진 부당한 이익을 판단할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았는데, 앞으론 행위주체·객체·특수관계인 간 관계, 행위 목적·의도 및 경위, 경제적 상황, 귀속되는 이익 규모·기간 등을 종합해 부당 이익을 판단할 예정이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 시행령 개정사항도 반영했다. 지난해 12월 관련 시행령이 개정돼 동일인 친족 범위는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줄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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