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한 중증 지체장애인 A씨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마다 진땀을 뺐다. 진찰실, 검사실, 탈의실 입구가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체중을 재려면 남편이 A씨를 안고 체중계에 올라간 뒤 남편 체중을 빼는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서울시는 21일 "병원 내 시설 미비와 인식 부족으로 산부인과 진료에 불편을 겪었던 여성장애인을 위해 첫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22일 서울대병원에서 개소한다"고 밝혔다. 예산 3억5,000만 원을 들여 진료실, 분만실, 수술실에 휠체어 이동ㆍ회전 공간을 확보했고, 휠체어 체중계, 이동식 전동리프트, 침대형 흉부 엑스레이 촬영 기기 등 맞춤형 장비 15종 29대를 갖췄다.
장애 임신부가 불편 없이 임신ㆍ출산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협력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외래진료실과 분만실, 병동에는 전문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24시간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했다. 장애인 임신부는 장소를 옮겨다니지 않고도 한 층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태아센터와 희소 유전질환 센터도 운영된다. 태아에게 유전될 수 있는 장애와 선천성 기형 등이 의심될 경우 여러 분야 전문의들이 협진하는 다학제 진료가 이뤄진다. 장애 유형에 따라 정형외과, 내과 등과 연계해 적절한 치료도 받을 수 있다. 예약ㆍ상담은 전화(02-2072-3338)와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2021년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에 선정된 전국 10개 의료기관에 신설된다. 올해 3, 4월 전북 전주시 예수병원과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에서 운영을 시작했고, 서울시는 올해 말 이대목동병원과 성애병원까지 총 3곳에 마련된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여성장애인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다중 구조의 차별 속에서 일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함이 많다”며 “장애친화 산부인과에서 안전하게 진료받고,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서비스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