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기시다 총리,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 이어 한일 정상회담

입력
2023.05.21 07:39
尹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
기시다 "한일 양국의 평화 위해 아주 중요한 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35분쯤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았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도 함께했다. 배우자와 함께 두 정상은 위령비 앞으로 함께 걸어가 헌화한 뒤 5초간 묵념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양 정상은 악수를 나누고 곧이어 열릴 예정인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으로서 위령비 참배는 처음이다. 이번 공동 참배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건립부터 난관이 많았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투하하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이들을 포함해 약 14만 명의 조선인 가운데 5만 명이 원폭 피해를 봤다. 이후 민단 히로시마 본부가 주도해 1970년 4월 10일 위령비를 건립했으나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설립이 어려웠고, 1999년에서야 현재 위치로 위령비를 옮겼다.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주 만에 다시 만나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지난 3월 16일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2달여 만에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는 것은 최초이며, 한국 대통령이 위령비를 참배드린 것도 처음"이라며 "오늘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직전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한국 국민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이 매우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 두 달 사이에 3번째 회담"이라며 "우리 정상 사이에 일한관계의 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위령비 공동 참배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평화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며 "이후에 다른 정상들과 또 함께 위령비를 방문함과 동시에, 평화기념자료관을 방문하며 많은 대화 나누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은 2주에 한 번을 모여도 그전에 있었던 일의 진척, 과정이 서로 간에 공유가 되고 체크될 필요가 있다”며 “사회ㆍ문화 교류를 포함해서 강제징용 문제 후속 절차, 한미일 안보를 위해서 한일이 거쳐야 될 안보 신뢰 조성의 문제, 이런 것들을 실무선에서 각 부처에서 계속 조율하고 총리와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로시마=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