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꽃게 풍년'에도 인천 꽃게잡이 배만 발이 묶인다는데...

입력
2023.05.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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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앞둔 '홍어 전쟁']
꽃게잡이 한도, 2003년 인천 적용
서해 전역서 잡혀, TAC 확대 제기
충남 이남 어선이 20배... 설득 난항

총허용어획량제도(TAC) 확대를 놓고 참홍어 갈등이 일단락돼 가는 반면 서해 꽃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쟁점은 인천 앞바다인 '서해특정해역 및 연평도 수역'에 적용 중인 꽃게 TAC의 서해 전역 확대 여부다.

꽃게 TAC를 둘러싼 대립은 연평도 등 인천 어선 중심으로 어획량 상한선을 둔 데서 비롯한다. 정부는 수산자원 보호 차원에서 1999년 TAC를 도입했다. 현재 꽃게, 참홍어를 비롯해 고등어, 갈치 등 15개 어종을 잡는 어선은 TAC에 따라 연간 어획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고등어, 갈치 등 대부분의 TAC 어종은 대상 해역이 거의 모든 근해로 일종의 '전국구 TAC'다. 반면 제주소라처럼 특정 구역(제주도 연안)만 어획량을 제한하는 '지역 TAC' 어종도 일부 있다.

2003년 TAC 어종으로 지정된 꽃게 역시 지역 TAC다. 봄·가을에 주로 자망(그물)으로 잡는 인천의 꽃게 생산량은 당시 6,547톤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꽃게 주산지인 인천 앞바다만 TAC를 적용할 명분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꽃게가 점차 서해 전역에서 잡히기 시작하면서 지역 TAC를 유지할 근거가 약해졌다. 지난해 꽃게 생산량 2만1,809톤 가운데 충남(7,260톤)이 인천(7,473톤)을 바짝 뒤쫓고 있다. 전남(3,379톤), 전북(3,029톤)의 꽃게 어획량도 만만치 않다.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꽃게를 아예 잡을 수 없는 금어기, 금지체장(일정 크기 이하는 포획 금지)을 두면서 자원량이 늘다 보니 잡는 지역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흑산도와 대청도가 참홍어 TAC를 군산에 적용할 것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듯이, 인천도 꽃게 TAC를 충남·전북·전남으로 넓혀야 한다고 나섰다. 인천 어선만 적용하는 TAC 탓에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간 잡을 수 있는 꽃게가 제한적인 인천으로선 다른 지역 생산량이 많아 시장 가격이 내려가도 '물량 공세 전략'을 펼치기 어려웠다.

해수부도 꽃게 TAC 대상 수역 확대에 공감하고 있으나 당장 새로운 어기가 도래하는 7월부터 도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산만 설득하면 풀리는 참홍어와 달리 꽃게는 이해관계자가 충남 이남 지역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꽃게잡이용 배인 자망 어선만 해도 지난해 12월 기준 충남·전북·전남이 4,700척으로 인천(237척)보다 20배 많다. 해수부 관계자는 "꽃게 TAC 확대를 받아들이지 않는 비적용 지역과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