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이텔베르크 고성을 닮은 건물과 넓은 푸른 잔디밭, 이를 가로지르는 트램까지. 얼핏 보면 유럽의 유명 관광지가 떠오르는 이곳은 중국 화웨이 연구개발(R&D)의 심장인 '리우 베이 포 춘(Liu Bei Po Cun) 캠퍼스'다.
이곳은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둥관시에 있는데 2014년 첫 삽을 떠 5년 만인 2019년 완공됐다. 공사 비용만 100억 위안(약 1조9,000억 원), 총면적은 600만㎡로 여의도 절반 크기일 정도로 크다. 베로나, 파리, 룩셈부르크 등 유럽 도시의 유명 건물을 본떠 만든 12개의 구역으로 구성되며 각 구역 사이에는 트램이 돌아다닌다. 이곳에서는 2만5,000명의 R&D인력과 4,500명의 스태프가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일에 몰두하고 휴식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체 면적의 60%는 연못이나 잔디밭 같은 자연환경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까지 R&D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견제가 있다. 2019년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받고 있는 화웨이에 R&D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화웨이는 2018년까지 매출의 15% 정도를 R&D에 투입했다가 점차 규모를 늘려 지난해에는 무려 25%(약 30조 원)를 썼다. 이는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R&D에 쓴 삼성전자(24조9,292억 원)보다도 많다. 이를 통해 미국이 장악하다시피 하는 첨단 분야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첨단 기술 굴기'가 성공하려면 화웨이가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원들을 향한 대우도 파격적이다. 화웨이 직원은 텐센트, BYD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의 본사가 모여 있는 선전에서도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시안 전자과학기술대 등 중국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땄다고 한다.
화웨이는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3년 이상 근무하고 사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거나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는 숙소용 아파트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며 "3.3㎡당 4만 위안(약 750만 원)짜리를 8,000~9,000위안(약 160만 원) 수준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 자녀들을 위해 새로 지은 초·중·고등학교는 중국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칭화대에서 위탁 운영한다. 학교 시설은 물론이고 교사의 자질도 최고 수준이라고 화웨이 측은 설명했다.
화웨이 측은 이날 한국 기자들에게 특별히 글로벌 사이버 보안 투명성 센터를 볼 수 있게 했다. 이곳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은 통신 장비, 서버 등 화웨이가 납품하는 제품의 보안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 장비에 백도어(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컴퓨터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통신 장비 등에 무단으로 설치한 프로그램)가 심어져 있다고 주장해 왔다.
화웨이에서 12년째 보안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낸시(Nancy)는 "백도어를 심어서는 안 되며 안전한 방식으로 코드를 심어야 한다는 원칙을 직원들이 지키고 있다"며 "고객들이 불안하면 언제든지 와서 검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웨이의 보안을 책임지는 글로벌 사이버 보안 및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책임(GSPO) 조직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보안 요건을 채우지 못한 제품은 출시를 거부할 권리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 단계에서 GSPO 거부로 보안 부분을 수정한 제품도 100개가 넘는다"며 "우리는 노키아, 에릭슨, 시스코 등 경쟁사 대비 더 많은 인증서와 최고 수준의 등급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주요 서방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의 보안을 향한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혹에 그는 "서방의 지적은 근거가 없다"며 "내부 테스트나 외부 인증기관을 통해 검증한 결과 단 한 번도 화웨이 제품에서 백도어가 발견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