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가사 분담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눠서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보여 주는 앱이다. 여성들이 가사 노동 부담을 떠안는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가 대책을 꺼내 들었다.
19일(현지시간) 스페인 언론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앱 개발은 한국의 여성가족부에 해당하는 스페인 평등부가 주도한다. 앙헬라 로드리게스 평등부 차관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여성차별철폐회의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스페인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45.9%가 "집안일은 대부분 내가 한다"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남성은 14.9%에 그쳤다. "스페인 여성이 5시간 가사 노동을 할 때, 남성은 2시간만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도 있다.
앱 사용법은 간단하다. 어떤 집안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를 가족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기록하면 된다. 입력한 정보는 다른 구성원에게 공유되기 때문에 전체 구성원의 가사노동 분담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앱 개발엔 예산 21만 유로(약 3억 원)가 투입된다. 정부는 올여름 출시를 목표로 개발자를 찾고 있다.
평등부는 앱을 통해 그간 '노동'으로 여겨지지조차 않았던 일들을 잡아내겠다는 계획이다. 로드리게스 차관은 "주방 청소는 집안일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하기 위한 '청소용품 구매', '구매 목록 작성' 등은 간과된다"며 "이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여성에게 지워져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들까지 꼼꼼하게 계산돼야 실질적인 성평등이 가능하다는 게 평등부 판단이다.
정부가 앱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자체만으로 심각한 가사 노동 불평등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스페인 평등부는 유럽 최초로 유급 생리 휴가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성평등 정책을 시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