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총집결...총선용 이벤트여선 안돼

입력
2023.05.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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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외형상 어느 때보다 성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 정당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200명 가까운 의원들이 총집결했다. 이들은 어떤 시비도 없이 팔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두 함께 불렀다. 전야제엔 여당 청년 대표단도 보였고,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인 전우원씨도 함께했다. 유례없는 여야의 통합 행보는 환영할 일이나 총선을 1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이벤트여서는 안 될 것이다.

여권은 호남을 껴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가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를 표명하고, ‘북한군 5·18 개입설’을 주장한 김광동씨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5·18 폄하와 왜곡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이 김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은 마땅하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김 위원장 면직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또다시 망언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윤 대통령 공약이었던 5·18정신 헌법 수록을 놓고 여야 공방을 벌이는 것 또한 이럴 일인가 싶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며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고 응대했다. 당장 개헌은 어렵다 해도 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개헌이 되게끔 뜻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

민주당에 대해선 최근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5·18 개헌을 거론하며 호남 민심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최근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민주당은 당 지지율 47.0%를 유지했지만 호남권에서는 10.6%포인트나 하락했다. 5·18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가 이런 민주화를 누릴 수 없었음을 기억하고 여야 모두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