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와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의 대결로 정해졌다. 구단 창단 이후 첫 UCL 우승에 도전하는 맨시티와 13년 만의 UCL 정상 탈환을 노리는 인터 밀란이 우승컵 '빅 이어'를 놓고 격돌한다.
두 팀은 내달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맨시티는 18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UCL 준결승 2차전에서 베르나르두 실바의 멀티골, 훌리안 알바레스의 쐐기골을 앞세워 4-0으로 완승, 1·2차전 합계 5-1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 시즌 4강전에서 아쉽게 패배했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로써 맨시티는 UCL 결승 진출과 더불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 EPL 선두 등으로 '트레블(3관왕)' 달성에 도전하게 됐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2008~09시즌 FC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스페인에서 '트레블(UCL·국왕컵·라리가 우승)'을 이룬 바 있다.
전날 준결승에선 인터 밀란이 AC밀란을 1차전 2-0, 2차전 1-0으로 이기며 결승에 선착했다. 인터 밀란의 결승행은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세리에A 리그에서도 부진했던 경기력 때문에 UCL 결승 진출 후보로 꼽히지 않았지만, 지난달부터 에딘 제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로멜루 루카쿠 등 공격진이 살아나면서 화력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달 엠폴리(3-0 승), 베로나(6-0 승) 등을 상대로 득점력이 폭발하며 리그 5연승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두 팀의 결승전은 뜨거운 공격력뿐 아니라 양보 없는 중원 싸움이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우선 맨시티에는 특급 골잡이 엘링 홀란이 버티고 있다. 홀란은 EPL 단일 시즌 최다골(36골)을 경신했고 이번 UCL도 12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4강전에선 침묵했던 홀란의 신들린 결정력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이에 맞서 인터 밀란도 준결승에서 한 골씩 터뜨린 마르티네스와 제코의 한 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울러 '메짤라(공격형 미드필더)'를 활용한 중원 싸움도 관전 포인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준결승 1, 2차전 모두 3-2-4-1 포메이션으로 맞서며 2선에 일카이 귄도안, 케빈 더 브라위너를 세우는 전술을 꾀하고 있다. '메짤라' 역할에 충실한 둘은 홀란을 최전방에 두고 하프라인부터 박스 안까지 중원을 장악하며 상대 진영을 흔들어 놓는다. 레알 마드리드는 두 사람의 움직임에 혼쭐이 나며 4강 2차전서 첫 슈팅이 전반 중반까지 나오지 못했다. 또 둘이 박스 인근으로 올라가면 중원 공간은 잭 그릴리시 등이 완벽하게 메워 빈틈을 주지 않고 있다.
인터 밀란도 만만치 않다. 공격진의 부진에 시달리는 등 '없는 살림'에 UCL 결승까지 진출한 시모네 인자기 감독도 3-5-2 전술로 중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하칸 칼하노글루가 메짤라 역할을 소화하며 맹활약했다. 칼하노글루는 중원을 휘젓고 플레이메이커로 나서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으며, 여기에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가세하면 공격력이 폭발한다. AC밀란과 준결승 1차전에서 페데리코 디 마르코의 크로스를 미키타리안이 문전으로 파고들며 득점하기도 했다. 인자기 감독의 지략이 인터 밀란의 최대 장점인 셈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레전드 공격수인 필리포 인자기의 동생으로, 조제 무리뉴 AS로마 감독이 인터 밀란의 지휘봉을 잡았던 2009~10시즌 이후 팀의 4번째 빅 이어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