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무원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이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고 직을 상실했다. 김 구청장은 "정치적 재판"이라며 반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8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 구청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구청장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비위를 언론 등을 통해 수차례 폭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구청장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공항철도 직원 비위 등 첩보 △KT&G 동향 보고 유출 관련 감찰 자료 등 기밀을 언론에 유출했다고 봤다. 김 구청장은 이에 "사익을 위한 폭로가 아니었으며 국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KT&G 동향 보고 유출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첩보보고서 누설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등 국가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을 야기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공익적 폭로였다"는 김 구청장 주장에 대해서도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구청장이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검찰로 돌아간 뒤 파견 당시 비위 혐의로 감찰을 받자 폭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구청장이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나 검찰 고발 등의 절차를 알고 있었음에도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논란을 증폭시킨 점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현직에서 물러나게 된 김 구청장은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재판에 의해 제가 잠시 강서구청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진실은 왜곡될 수 없다"며 "2018년 문재인 청와대의 부정비리 은폐를 공익신고한 것은 국민을 위한 순수한 공익신고였다"고 항변했다.
이어 "문재인 검찰의 정치적 기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었다"며 "지난해 윤석열 정부로 행정권력은 교체됐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점령하고 있어 좌파 이념적 판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선거에 의한 ‘국민공무원’으로 반드시 다시 돌아와 ‘강서구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강서구가 추진해온 방화동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5호선 방화차량기지 이전, 화곡동 재개발 등 주요 역점 사업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강서구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10월까지 박대우 부구청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