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앞두고 한일 당국이 그제 2차 실무회의를 진행했지만 논의를 매듭짓지 못했다. 지난 12일 1차 회의 때 시찰단 규모(20명 안팎)와 시찰 기간(23~26일)에 합의한 양국은 한국이 제시한 시찰 대상 시설과 정보 목록을 두고 협의해왔다. 양국은 추가 회의 없이 외교경로를 통해 남은 쟁점을 조율하기로 했다.
협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찰 시설의 점검 범위, 정보 제공 여부에 이견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시료 채취 등 자체 검증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오염수 처리 및 방류 과정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 등 핵심 설비 일부는 공개를 꺼리는 걸로 전해졌다. 파견까지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터라, 3박 4일의 길지 않은 기간에 밀도 있는 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 국내법상 원전과 같은 1급 시설 출입은 늦어도 1주일 전 명단을 통보해야 해서 일정 연기마저 우려된다.
정부가 검증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제 "시료 채취와 검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본이 하고 있다"며 "시찰단은 (오염수 방류) 절차, 시설, 계획의 합리성을 판단하는 역할이 제일 크다"고 했다. 불과 한 주 전 외교부 1차관이 "시찰단은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비하면 정부 스스로 시찰단 역할의 기대치를 낮추는 듯한 발언이다. 일정이 촉박해 고위급 간 집중 협의가 필요한데도 1차 회의에서 국장급이던 수석대표 직급을 심의관급으로 낮췄고 후속 회의 일정은 잡지도 않았다.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에 쏠린 비상한 관심을 감안할 때, 시찰단이 철저한 점검을 보장받지 못한 채 파견된다면 안 가느니만 못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문제만큼은 정부가 한일관계보다 국민 건강·안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심각한 해양 오염을 우려하며 최인접국 한국의 평가를 주시하고 있는 점도 정부가 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