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A가 감형받은 이유는"… 정신과 전문의가 전하는 정신감정의 모든 것

입력
2023.05.18 14:00
15면
신간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중대 범죄 피의자의 정신감정 관련 기사엔 하나의 패턴처럼 같은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린다. '범죄만 저지르면 심신미약 타령이냐?', '심신미약 감형은 왜 있는 거지?'

첫 저서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서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전했던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가 낸 새 책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는 국립법무병원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정신감정 문제를 다룬다. 정신감정은 범죄인의 도피를 돕기 위한 목적의 제도가 아닌데도 정신감정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은 무척 강하다. 2021년 말까지 국립법무병원에서 5년여간 근무한 저자는 230건이 넘는 정신감정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질환과 범죄자 행동, 법정 판결과의 관계를 밝힌다. 정신감정에 대한 기초 지식,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것으로 여기는 정신감정과 프로파일링은 어떻게 다를까 같은 문제를 사례를 토대로 설명한다. 조현병과 음주 후 범죄, 우울증, 사이코패스 등 다양한 영역의 정신감정 판정 절차와 기준을 설명하고 정신감정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도 답한다.

조현병 환자의 감형 여부에 대한 반발은 상당수가 편견과 오해에서 발생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는 항상 심신미약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주취감경 판결 기준도 엄격해지는 추세다. 저자는 정신감정을 악용하려 드는 이가 많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신감정이 감형 목적이 아닌 합당하고 적절한 처벌을 찾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강조한다. 다만 사법정신의학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등 형사 정신감정 분야의 제도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