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씨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윤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관해 최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문을 통해 "수사관이 거짓말에 의한 임의동행 형식으로 윤이상을 연행해 구속한 행위는 불법체포·감금이며, 이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 관련 죄를 범한 경우로 재심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유럽에 있는 유학생과 교민 등 약 200명이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드나들며 간첩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독일에서 활동하던 윤씨는 한국으로 이송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간첩 혐의는 무죄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후 국제적 구명 운동과 독일 정부 도움으로 2년 복역 뒤 석방됐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6년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확대·과장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사 결과, 1967년 6월 17일 독일에 파견된 중앙정보부 직원 등이 "대통령 친서 전달을 위해 만나자"고 거짓말하며 윤씨를 한국대사관으로 유인했다. 윤씨는 대사관에서 2박 3일 조사받은 뒤 국내로 송환돼 곧바로 중앙정보부에 구금됐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김필성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3년 전 재심을 신청했지만 가족이 고령이어서 삶의 평안이 중요해 신청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동백림 사건 첫 재심 개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