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성소수자 이해 증진법안’을 이번 주 안에 발의하기로 했다. 19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당내 보수파를 설득하느라 법안을 후퇴시켜 비판을 샀다.
17일 요미우리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성적 지향 및 성 동일성에 관한 국민의 이해 증진에 관한 법률안'(약칭 ‘LGBT 이해증진법’)을 연립 여당 공명당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2년 전 여야가 발의에 합의했다가 자민당 보수파의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
법안 발의 물꼬를 튼 건 여권 인사의 막말이었다. 올해 2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보좌관이었던 아라이 마사요시는 “(동성 결혼한 커플은) 보는 것도 싫고 주변에 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가 경질됐다. 기시다 총리는 곧바로 법안 발의 재검토를 지시했다.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권 문제가 도마에 오르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 등 15개국 대사들이 성소수자 권리를 보장하라는 서한을 기시다 총리에게 보낸 것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자민당 보수파는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는 법안 문구만은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 문구 때문에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성소수자들이 차별 금지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자민당은 해당 문구를 “부당한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고치는 선에서 당내 이견을 조정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은 차별 금지를 규정한 핵심 문구를 바꾼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도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차별’을 강조한 것은 ‘정당한 차별’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런 법안은 필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이 반발하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다. 자민당 보수파의 본심은 “법안을 발의만 하면 된다. 굳이 통과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은 법안 발의 후 언제 어떻게 심의를 할 것인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