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누리호 의식했나... 위성 발사 뜸 들이며 “행동계획 승인”

입력
2023.05.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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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명령만 남아…빠르면 6월 중 발사 가능성 
누리호 성공하면 서두를 수도 "7월 '전승절'도 주목" 
발사 성공하면 '3축' 완성…성능 두고는 회의적 반응

북한이 당초 4월로 공언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뜸 들이고 있다.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해 '행동계획'을 승인했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통상 미사일의 경우 발사 후에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공개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국제사회를 향해 위성 발사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내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준비기간을 고려해 북한이 이르면 6월 위성을 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립에서 발사까지 최소 3~4주…동창리에서 발사 유력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 위원장이 전날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정찰위성을 만드는 국가우주개발국 시찰을 끝으로 한 달가량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위성 발사에 대한 그의 집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통신은 특히 김 위원장이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발사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최소 3~4주는 걸릴 전망이다. 우선 완성된 위성과 발사체를 조립해야 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누리호 발사과정을 보면 조립에 3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후 발사장으로 옮겨야 한다. 증·개축 공사 중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이 유력하다. 완성체 이송에서 발사 준비 완료까지 1주일가량 소요된다.

과거 북한은 위성 발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사예정 시간과 낙하예상 지점 등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사전 통보했다. 이 또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종합하면, 일러야 6월에 실제 위성을 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의식되지만…"서둘렀다 낭패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김 위원장을 앞세워 당장이라도 위성을 발사할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19일 시작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목을 끌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위성 발사에 정치적 판단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누리호 발사(24일)를 1주일 남긴 시점에 마치 경쟁하듯 정찰위성 발사를 부각했다. 누리호의 경우 이번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1톤 이상 위성을 독자 제작해 우주 궤도에 올리는 '스페이스 클럽' 반열에 오른다. 우주 진출에 사활을 건 북한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벤트다.

북한이 위성 발사 디데이를 7월 이후로 잡을 수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르면 북한의 '전승 70주년 기념일'인 7월 27일에 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 △9월 정권수립일(9일)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일) 등 북한이 기념하거나 강력 대응해야 하는 주요 정치일정이 하반기에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발사시점을 더 조율할 여지도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위성 발사는 외부대응 차원보다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완벽히 준비해 성공에 확신이 들 때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위성 성능, 군사정찰 아닌 상용 위성급"

북한은 정찰위성을 핵·미사일과 더불어 군사력의 '3축'을 채우는 마지막 퍼즐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 실장은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통해 한국, 미국 등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1년 사이 위성 개발 현장을 최소 3번 넘게 찾을 만큼 각별히 공들여 왔다.

다만 북한 위성의 성능을 둘러싼 회의적 반응은 여전하다. 양 연구위원은 "공개된 위성 실물 사진을 보면 중량 500㎏ 이하의 소형위성으로 추정된다"면서 "촬영 해상도가 1m(지상의 넓이 1㎡ 물체를 점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수준)는 돼야 군사정찰위성의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이 위성은 4~6m급인 상용위성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유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