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검찰, 정치적 통치 수단에서 아예 주체가 돼"

입력
2023.05.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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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검찰보고서 발간
"檢, 견제 없어... 민주화 후 가장 위험"
"한동훈, '참여연대 공화국' 발언 한심"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이 “‘검사의 나라’가 됐다”는 시민단체의 진단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1년을 검찰 출신 인사들이 각 기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수사를 통해 야당과 노조를 통치하는, ‘검찰 공화국’으로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 발간 기자회견을 열고 “폭주하는 검찰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과거 정부에선 검찰이 통치 수단으로 동원됐지만, 이번 정부 들어 통치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익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도 “이른바 ‘검사 정치’가 정치 제도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1987년 군부통치 이후 민주화된 한국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적신호”라고 걱정했다.

참여연대는 2003년 김대중 정부 검찰 종합평가를 담은 ‘검찰백서’를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검찰권력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보고서 제목 뒤에 ‘+(플러스)’를 추가했다.

최근 참여연대와 여러 차례 감정 섞인 말을 주고받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성토도 쏟아졌다. 앞서 참여연대는 10일 ‘교체해야 할 고위공직자 1위’로 한 장관이 선정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한 장관은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라고 참여연대를 깎아내렸다. 심지어 검찰 공화국 비판에 빗대 ‘참여연대 공화국’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단체 인사들이 지난 정부에서 권력을 누렸다는 취지로 되받았다. 그는 이날 참여연대 보고서에 대해서도 “주전 선수가 심판인 척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문제”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 공동대표는 “법무부 장관 입에서 저런 한심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나. 같은 국민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참여연대 공화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화국’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검찰 공화국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측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에 왜 입장을 내지 않았느냐는 한 장관 지적엔 “상영 전 내용을 어떻게 알고 이야기하느냐. 민주사회에서 법무부 장관이 이런 말을 하는 자체가 사실상 사전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