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위축되기는 했지만, 4~8%가량의 미국인은 암호화폐를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갤럽이 내놓은 '2023년 미국인 투자동향'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을 가장 유망한 장기투자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4%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다음으로는 금(26%), 주식·뮤추얼펀드(18%), 은행예금(13%), 채권(7%) 등의 순이었다. 갤럽은 '2013년 조사에서 주식을 제치고 첫 1위에 오른 후 부동산이 10년 동안 불패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동산이 1위 자리를 지켰으나, 2023년 미국인의 투자 선호도는 전년 대비 크게 바뀌었다. 2022년 내내 이뤄진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증시 위축으로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하락한 반면, 금을 선호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을 제1의 투자대상으로 꼽은 비율은 지난해(45%) 대비 11%포인트나 하락했고, 주식을 꼽은 비율도 24%에서 6%포인트나 내려갔다. 반면 물가 상승 국면에서 가치저장 수단으로 부각된 금은 2022년 15%에서 11%포인트 상승, 주식을 제치고 미국인이 선호하는 두 번째 투자대상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갤럽이 전통 자산(부동산, 주식, 예금, 금, 채권)에만 국한됐던 것과 함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까지 포함시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암호화폐를 가장 유망한 장기투자 대상으로 꼽은 비율이 4%에 달했다는 점이다. 갤럽은 지난해 실시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는 암호화폐를 꼽은 비율이 8%로 채권(4%)보다 높았으나,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 파산 등의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실망은 젊은 계층에서 두드러졌다. 18~49세 연령대에서는 암호화폐를 가장 선호하는 투자대상으로 지목한 비율이 13%까지 상승했으나 올해 5%로 급락한 반면, 50세 이상 계층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지지비율이 전년과 같은 4%를 유지했다.
갤럽은 주식에 대한 투자선호도를 '주식 보유자'와 '비보유자'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서도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던 지난해 초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미국인 중 주식을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이라고 꼽은 비율이 21%에 달했지만, 올 들어서는 10%로 급락했다. 반면 주식 보유자들은 지난해 하락에도 불구, 주식을 유망 투자대상으로 선택한 비율이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2022년 26%→2023년 25%).
주식과 달리, 부동산에 대한 투자전망은 부동산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높았다. 주택을 소유한 응답자들이 부동산을 꼽은 비율(36%)과 세입자들이 부동산을 1순위 투자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율(33%) 사이에는 3%포인트가량의 차이만 존재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 갤럽은 지난달 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성인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4%포인트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