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이하여 자화자찬식의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실의 결정이 보도되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데, 같은 날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동안 추진해온 국정운영의 성과를 분야별로 나열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원래 이맘때에는 온갖 곳에서 취임 1주년을 돌아보는 보도와 논평이 쏟아지기 마련이고, 대통령과 정부 또한 자체적으로 1년 동안의 국정운영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기자회견과 국무회의 모두발언 차이가 소통과 홍보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할 뿐이다.
1주년 평가의 형식이야 그렇다 치고,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발언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교·안보 분야는 필자의 전공 분야가 아니니 차치하고, 국내 정치 분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다"는 부분이다. 물론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야당에 대한 불만이야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의 불만이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자료를 찾아보았다.
국회가 제공하는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1년 동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은 모두 144건이었으며, 이 중 36건(가결 23건, 대안반영폐기 13건)이 입법에 성공하였다. 물론 정부가 직접 국회에 법률안을 제안하지 않고 여당 의원을 통해 우회적으로 법률안을 발의하는 것도 가능하니 정확한 통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엄밀한 학술 연구가 아니니 큰 왜곡은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1년 동안 정부가 원하는 정책이 법률로 확정된 것이 고작 한 달에 3건꼴에 지나지 않으니 대통령이 불만을 가질 만하다.
비교를 위해 같은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취임 후 1년 동안 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은 모두 303건이었으며, 이 중 같은 기간 동안 입법에 성공한 것은 71건(가결 33건, 대안반영폐기 38건)이었다. 당시에도 여소야대 상황이었던 것은 마찬가지이며,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윤 대통령 1년이 약간이나마 더 높다. 차이는 정부가 제안한 법률의 수 자체가 달랐다는 점에 있다. 심지어 문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두 달가량 인수위 기간을 가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숫자가 정부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국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혹시 저조한 정부 입법이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 입법과정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라서 국회 입법보다는 시행령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활용한 국정운영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실제로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 동안 1,467건의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이 공포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문 정부에서는 150건의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이 공포되었다.
취임 후 단 한 차례도 야당 지도부를 만나지 않고서 야당의 협조 부족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민망스럽지 않은가? 심지어 대통령이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운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만찬에도 야당 인사는 초청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