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무려 36차례(규모 2.0 미만 미소 지진 포함) 지진이 발생했다. 소규모 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규모도 커진 것이어서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진이 발생한 단층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최근 지진은 동해 울릉단층 북서부에 위치한 미상의 단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 동해 해역에는 크고 작은 단층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의 단층에서 국지적으로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이후 이 지역에서는 총 36회, 규모 2.0 이상 지진은 13회 발생했다. 이는 이 지역에서 1978년 이후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41회)의 31.7%에 달한다. 이날 발생한 규모 4.5 지진은 해당 단층이 약 1㎞ 이내로 파열되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단층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응력이 얼마나 되는지, 파열된 1㎞보다 전체 단층 면적이 얼마나 클지, 1㎞ 바깥의 지반은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만일 응력이 남아 있고, 단층 면적이 더 크며, 인근 지반도 약해져 있다면 이 지역 지진은 더 큰 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9년 해당 해역에서 규모 4.0대의 지진이 발생한 후 소규모 군발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단층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층대 크기는 단층대 인근 해상에 부표 등으로 지진계를 설치해 미소 지진까지 측정하는 방식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단층의 유형도 문제다. 단층의 크기나 응력의 규모와 마찬가지로, 단층의 충돌 방향도 지진의 세기를 결정한다. 단층면이 다른 단층과 평행하게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이라면, 같은 규모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비교적 피해가 적다. 반면, 단층이 위아래로 맞물리는 정·역단층이라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동해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역단층(횡압력에 의해 상반이 위로 올라간 단층)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단층의 크기를 1㎞ 내외로 보기 때문에 심각한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역단층의 특성상 단층 규모가 크다면 아주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강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판의 경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한반도 특성상 건물이 무너지는 수준의 큰 지진으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단층의 길이가 길게 연장돼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고, 해역 먼 곳 깊은 땅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만큼 건물이 무너지는 수준의 큰 지진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다만 동해·강릉 시민의 경우 위험한 물건을 내려놓는 등 대비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전문가 회의를 열어 동해 해역 지진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가능성은 낮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 발생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해당 지역에 24시간 지진 감시·통보체계 가동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