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남의 농촌지역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내린 큰비로 대지의 갈증이 해갈돼 논과 밭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주에는 그중 한 곳인 경남 의령을 찾았다. 이곳도 그동안의 긴 가뭄으로 애써 가꾼 양파와 마늘 등 농작물들이 말라가면서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그러나 이젠 표정이 한결 밝아진 농부들이 다음 주부터 시작될 모내기를 위해 논에 물을 넉넉히 모으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다시 찾아온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궁금해 이른 새벽 의령읍을 지나는 남천을 찾았다. 지독한 가뭄으로 메말라 실개천이 됐던 이곳은 이제 물이 넘쳐나면서 본래의 아름다운 풍경을 되찾았다. 유유히 흐르는 물 위로 주변의 나무들이 빛을 발하며 비쳐 물속에도 지상과 똑 닮은 ‘데칼코마니 숲’이 창조됐다. 그 속을 하얀 백로가 날아가니 한 쌍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니 거센 물줄기를 거슬러 물고기들이 상류로 올라가고 있었고, 이를 놓칠세라 백로는 재빠르게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활기가 넘쳐났다. 물이 풍요로워지면서 이른 새벽부터 남천 옆 소나무 산책로에는 많은 이들이 운동을 나왔다. 촉촉해진 새벽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걷거나 일출을 배경 삼아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다. 가뭄이 지나가고 새로운 아침을 맞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