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취업규칙 없이 개별 근로자의 동의만으로 도입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청소용역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4∼2015년 직원 125명의 연장근로수당과 미사용 연차수당 5,2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성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정근수당을 여성 근로자 124명에게는 지급하지 않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본사 콜센터 총괄운영자가 노동조합 대표로 선출되도록 개입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도 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맺은 근로계약서를 통해 2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유연 근무제의 일종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특정 기간의 근무시간을 연장 혹은 단축해 해당 기간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단위 기간을 2주 내로 정할 때는 취업규칙을 통해야 하고, 그 이상으로 정할 때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A씨가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맺은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 조건과 환경 등이 자세히 규정돼 있어 사실상 이를 취업규칙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1심보다 가벼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