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5> 대학입시, 어떻게 해야 하나
대입 제도는 온 국민 관심사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많은 것을 좌우하는 만큼 대입 정책에 대해서는 모두 셈법이 다르다. 대입 정책은 공교육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역대 정부는 대입 제도를 손보려 했다. 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서둘러 봉합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한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 학부모도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다시 입시 정보를 모아야 하니, 제발 바꾸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대입 제도 혁신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대변혁기를 맞아 인재 양성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입시 제도를 바꿔서 교육을 혁신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그러나 대학의 선발 방식이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명분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게다가 어떤 교육개혁을 해도 입시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2015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그렇다. 교육과정 개정으로 문·이과 구분 교육을 없애려 했지만, 문과와 이과를 전제로 학생을 뽑는 대학 관행이 이를 무력화했다.
대입 제도 혁신은 수능 시험 개편을 넘는 큰 틀의 교육개혁이다. 앞으로 어떤 인재를 길러내고 공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국가 비전을 담아야 한다. 교육계는 물론 정치 지도자까지 나서서 국민 공감을 끌어내고 끈질기게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목표와 방향이 중요하다.
첫째, 새 제도는 학생을 ‘미래형 인재’로 기르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지식과 정보를 쉽게 검색하는 시대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서 정리하는 것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잘한다. 미래형 인재는 정형화된 사고에서 벗어나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배움을 문제해결에 적용하며, 여러 정보와 지식을 종합해서 자기 관점을 형성하는 고차원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런 역량은 단순 암기와 오답 찾는 훈련으로 기르기 어렵다. 여러 선택지에서 정답을 골라야 하는 선다형(選多型) 수능 시험부터 개선해야 한다.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할 만하다. 채점 공정성이 문제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교사를 포함해 채점 전문가를 육성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채점 기법을 개발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둘째, 공교육을 살리는 제도여야 한다. 언제까지 학교를 입시에 묶어둘 것인가. 그렇다고 학교가 이상론에 빠져 입시 준비를 무시하면 사교육만 득 본다. 대안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생부를 잘 써야 하고, 이를 꼼꼼히 읽을 입학사정관이 필요하다. 학교가 처한 환경과 학생 배경까지 고려하면 마이클 샌델도 내세운 더 공정한 입시가 된다. 반대로 수능 위주 선발을 확대하면 사교육에 교육 주도권을 뺏기고 비싼 과외를 받는 고소득층이 유리해진다. 오히려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서울대가 정시를 확대할수록 지방고, 일반고가 불리하고 지역별, 계층별 격차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셋째, 맞춤형 인재 양성에 기여해야 한다.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국민 모두를 일당백 인재로 만들고, 한 사람도 낭비 없는 인재 활용 체제가 요구된다. 대입 맥락에서는 학생의 흥미, 꿈, 진로에 맞는 선발이 중요해진다. 학업 성취 못지않게 학습 이력과 다양한 진로 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요청된다. 그러려면 대학마다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이 많아야 한다. 아빠 찬스를 허용하지 않는 도덕성도 필수다. 그러나 교수, 직원 등 전문성 없는 ‘위촉사정관’이 많고, 2021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전임사정관 1명이 평균 498명의 서류를 평가했다. 맞춤형 평가를 하려면 대학이 입학사정관을 충분히 고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공교육을 살리는 투자이기도 하다. 중등교육계도 지방교육재정의 일부를 양보하며 화답할 것이다.
대학의 인식 전환과 참여도 중요하다. 우수 학생의 개념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 배치표 경쟁에서 벗어나고 ‘될성부른 나무’를 찾아서 기르는 것이 대학의 책무다. 이럴 때 대학은 신뢰를 얻고 대입에서 자율성도 꽃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