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성소수자 장애인 인권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ern· 1987.5.19~2020.5.19)은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딸로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그는 근육 퇴행성 질환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았고 성소수자였다. 만 16세 무렵부터 여러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며 지역 청소년 단체 등을 이끈 그는 2007년 주 정부와 의회가 각급학교 장애(인) 역사교육 의무화법을 제정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고, 2014년 오바마 정부의 대통령 직속 지적장애인위원회 위원으로서 만 2년간 장애인정책을 자문했다.
블로그에 그는 자신을 “미국 남부의 평범한 퀴어 코리안 걸’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부모와 이웃들은 그를, 특히 퀴어란 사실을 ‘평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만 24세에 독립해 장애인 이동권과 소수자 권리 등이 비교적 폭넓게 보장되던 샌프란시스코베이 에어리어로 이주했고, 거기에서도 장애인 인권 운동 조직을 이끌며 보건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기고와 강연 등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 정전지역 전기 의료용품을 써야 하는 자가 환자들에게 간이 발전기를 보급하는 단체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였고, 코로나 팬데믹 때는 신장암으로 투병하면서 마스크와 비타민 손소독제 등이 담긴 방역 키트를 만들어 노숙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암수술 직후 합병증으로 만 33세 생일에 숨졌다. 그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장애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강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장애인들에게 일깨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년쯤 뒤에는 스스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장애인이 없기를 바란다"고, "성소수자나 유색인종 등 사회에 의해 밀쳐졌다고 생각하는 모두가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