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며 개설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100일간 1,000건에 육박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부는 3월 중간 집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노조와 기업 불법행위 신고 건수를 밝히지 않고 사례 위주로 공개했는데, 이미 알려진 사실 등을 종합하면 기업 불법행위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973건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중 697건은 조치 완료했고 276건은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신고센터는 고용부가 현장에 만연한 노사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올해 가동했다. 특정 노조 가입·탈퇴 방해, 노조 재정 부정 사용, 폭력·협박 행위, 채용 강요 등 노사의 불법·부당 행위 신고를 접수했다. '이 밖에'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성희롱 등 신고도 기존 신고센터에 연계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1월 25일 근로감독관들과의 간담회에서 "폭행·협박, 부당하고 불투명한 노조 운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 포괄임금제 때문에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공짜 노동에 시달리는 분들의 진솔한 제보를 기다린다"고 말한 바 있다. 사측의 불법행위 신고도 받지만 노동계에서는 노조를 앞쪽에 언급해서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외에 노조 불법행위 신고 창구라는 뉘앙스가 강한 부조리 신고센터 화면, 노조 불법행위 설명을 왼쪽에 배치하고 설명도 더 할애한 고용부의 신고 안내 이미지 등도 노사 중 '노'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인식됐다.
이와 달리 접수된 신고는 대부분 사용자의 불법행위였다. 올해 3월 초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한 달간 센터에는 301건의 불법·부당행위 신고가 접수됐는데 250건(83%)은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사용자가 신고 대상이었다. 나머지 중에도 10건은 사용자 부당행위라 전체 신고 건수 중 사측 비중이 86.3%였다. 당시 이 장관은 "노조 조직률이 14%밖에 안 되니 상대적으로 사측 부당행위 신고가 많은 것"이라며 "아직 시작 단계라 앞으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례 신고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달여가 지난 이달 초까지도 신고 양상은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이 장관은 출입기자단과 만나 "신고센터에 들어온 신고 중 대부분은 기업 불법이었고, 150여 건이 노조의 재정 불투명과 활동 방해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85%가량이 사측 불법행위 관련 신고였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부조리 신고센터 100일 운영에 맞춰 노조 불법행위 사례 8건과 사용자 불법행위 사례 10건을 구분해 공개하면서도 각각의 불법행위 건수는 비공개했다. 공개한 노조 불법행위 사례는 △조합비 유용 △노조 발전기금 요구 △부정채용 청탁 등이고, 사용자 불법행위는 △포괄임금 오남용 △부정채용 △연장근로시간 한도위반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와 사용자 불법행위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려는 의도"라며 "따로 분류해 세지 않아서 주체별 불법행위의 정확한 건수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이 앞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