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막무가내식 행정'이라고 할 만하다. 광주광역시가 문화체육실 소속 주무관 2명을 주식회사인 광주시민프로축구단(광주FC)의 임시 조직 광주시민프로축구단발전추진단(발전추진단)에 상근 겸직 발령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광주시가 해당 주무관들의 본래 공무(公務)를 공무 외 겸직 업무로 바꿔치기한 뒤 이들에게 겸직 회사인 광주FC에서 상주 근무하도록 하는 등 관계 법령을 어겼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어찌 된 일인지 관련 공무원들은 입을 꾹 다물고, 귀를 막고 있다. 그런 사이 광주FC를 지도·감독해야 할 해당 주무관들은 광주FC 간부의 승인을 얻어 원래 근무지인 광주시로 출장을 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체육진흥과 소속 A주무관과 B주무관에게 발전추진단 업무에 종사하도록 겸직 발령한 것은 지난 2월 2일. 당시 강 시장은 광주FC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고 광주시와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면서 이들에게 7월 31일까지 광주FC 프런트(사무처)에 상근하며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해당 주무관들이 자신들의 본디 직무 외에 발전추진단 업무까지 맡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었다. 광주시(체육진흥과)는 겸직 발령 당시 사무 분장을 통해 A주무관 등이 맡았던 본래 업무 대부분을 다른 직원들에게 나눠준 뒤 A주무관 등에겐 발전추진단 업무만 맡겼다. 실제 체육진흥과는 겸직 발령 전 광주FC 현장 지원과 주요 정책 현안 업무, 근무 평정에 관한 사항 등 7개 업무를 담당했던 A주무관에게 겸직 허가 이후 광주FC 현장 지원 업무만 전담하도록 했다. 또 B주무관이 겸직 허가 전 맡았던 9개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맡긴 뒤 B주무관에겐 광주FC 현장 지원 업무만 담당하도록 했다. 논란이 일자 광주시는 2월 말 두 주무관의 겸직 업무에 '광주FC 지도·감독'을 추가했고, 본래 직무도 2개씩 다시 배정했다.
문제는 광주시가 겸직 허가 기준까지 어기고 A주무관 등에게 겸직을 허가했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복무 예규)는 겸직 허가 대상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자치단체장이 겸직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주무관 등은 겸직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본래 직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결국 직무 능률이 떨어졌다는 걸 방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체육진흥과는 A주무관 등에 대한 겸직 심사 주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직무 능률 저하의 소지가 없다는 의견을 냈고, 강 시장은 겸직을 허가했다.
광주시가 A주무관의 소관 공무였던 '광주FC 현장 지원'을 멋대로 사적 영역의 겸직 업무로 바꾸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거세다. 행정안전부는 공무를 수행하는 겸임과 개인 필요에 의한 사적 활동의 겸직을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복무 예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외적으로 근무 시간에도 겸직 업무에 종사하도록 허가한 공무원에 대해선 공무를 수행하는 출장이 아닌 개인 생활 편의나 사적 용무를 위해 사용하는 연가나 외출, 조퇴 처리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A주무관 등을 직장(부서)이 아닌 광주FC에서 상근하도록 한 뒤 복무 관리엔 손을 놓고 있다. 해당 부서장인 체육진흥과장은 "A주무관 등에 대한 복무 관리는 광주FC가 하고 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A주무관 등은 2월 24일 광주FC 경영본부장으로부터 국내 출장 승인을 받고 친정인 광주시 체육진흥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또 같은 날 광주FC 원정 경기 지원을 위한 관외 출장 신청서에 출장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광주FC 지도·감독 업무를 맡은 A주무관 등이 지도·감독 대상인 광주FC로부터 복무 관리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광주시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체육진흥과장은 광주FC가 A주무관 등의 복무를 관리하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동문서답하면서 딴청을 피웠다. 겸직 허가 검토 부서도 체육진흥과가 겸직 허가 취소를 신청하면 그때 들여다보겠다는 식이다. 이 부서 관계자는 "A주무관 등에게 광주FC 상근 겸직을 허가한 게 그 기준에 맞는지 재검토해 볼 수는 있다"면서도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