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수제맥주 회사 세븐브로이의 '대표 밀맥주' 출시 기념 팝업스토어에서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 겸 브루마스터는 대한제분과 헤어진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세븐브로이는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과 손잡고 2020년 '곰표 밀맥주'를 출시해 3년 동안 편의점 메가히트 상품으로 키웠으나 대한제분이 3월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제주맥주와 손잡으면서 '곰표'의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기존 곰표 밀맥주의 맛은 그대로 살리되 상표명과 패키지를 바꾼 '대표 밀맥주'를 내놓았다. 이날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한 김 부사장은 대한제분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만든 맥주인데도 늘 남의 것을 만들어 준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온전히 우리 것으로 품에 안기게 됐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대표 밀맥주를 두고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던 세븐브로이를 일으켜 세워 준 상징적 제품"이라며 "무엇보다 3년 동안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고객에게 원조 제품을 계속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곰표 밀맥주는 3년 동안 누적 판매량이 6,000만 캔에 달한다. 한때 품절 대란까지 일으키며 세븐브로이 공장 생산 비중의 90%까지 차지했다.
대한제분은 제주맥주와 손잡고 올여름 다른 맛으로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곰표 밀맥주의 흥행에 생산량을 확대하고 전북 익산에 공장까지 새로 낸 세븐브로이는 공장의 운영 효율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원부자재 사 놓은 것과 공장 케파(생산량)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방 극복할 것"이라며 "특히 익산 공장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갖춰 소비자 취향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 측은 곰표 밀맥주가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브랜드 파워가 아닌 맛에 있다며 원조의 맛을 강조했다.
대표 밀맥주는 기획 단계에서 맥주를 잘 모르는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고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만한 맛을 연구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과일 향을 찾아 복숭아, 파인애플, 패션푸르츠 세 가지 과일 추출물을 첨가해 향긋한 맛을 살렸다. 과일 향을 살렸으나 마셨을 때 혀에 닿는 실제 맛은 달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맛의 조화도 신경 썼다. 마시고 나면 입 안에 가득했던 과일 향이 사라지게 만들어 깔끔한 맛을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 독일 밀맥주처럼 밀 함량을 45%로 끌어올려 품질도 높였다.
세븐브로이는 앞으로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텔레비전 광고 등 각종 홍보 매체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공격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기존 곰표 밀맥주가 사실은 대표 밀맥주라는 것을 고객에게 인지시키는 활동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