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와 잘 헤어졌다" '호랑이 밀맥주' 들고 나온 세븐브로이의 진심?

입력
2023.05.13 15:00
12일 '대표 밀맥주' 팝업스토어 행사에서
김희상 부사장, 레시피·마케팅 계획 밝혀


"20년 동안 이 산, 저 산 잘 넘어왔어요. 그동안 쌓아온 업력이 있으니 걱정 안 합니다."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


12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수제맥주 회사 세븐브로이의 '대표 밀맥주' 출시 기념 팝업스토어에서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 겸 브루마스터는 대한제분과 헤어진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세븐브로이는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과 손잡고 2020년 '곰표 밀맥주'를 출시해 3년 동안 편의점 메가히트 상품으로 키웠으나 대한제분이 3월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제주맥주와 손잡으면서 '곰표'의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기존 곰표 밀맥주의 맛은 그대로 살리되 상표명과 패키지를 바꾼 '대표 밀맥주'를 내놓았다. 이날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한 김 부사장은 대한제분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만든 맥주인데도 늘 남의 것을 만들어 준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온전히 우리 것으로 품에 안기게 됐다"고 말했다.



'곰표' 뗀 '대표 밀맥주', 자신감 배경은


김 부사장은 대표 밀맥주를 두고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던 세븐브로이를 일으켜 세워 준 상징적 제품"이라며 "무엇보다 3년 동안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고객에게 원조 제품을 계속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곰표 밀맥주는 3년 동안 누적 판매량이 6,000만 캔에 달한다. 한때 품절 대란까지 일으키며 세븐브로이 공장 생산 비중의 90%까지 차지했다.

대한제분은 제주맥주와 손잡고 올여름 다른 맛으로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곰표 밀맥주의 흥행에 생산량을 확대하고 전북 익산에 공장까지 새로 낸 세븐브로이는 공장의 운영 효율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원부자재 사 놓은 것과 공장 케파(생산량)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방 극복할 것"이라며 "특히 익산 공장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갖춰 소비자 취향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표 밀맥주, 어떻게 만들었나


세븐브로이 측은 곰표 밀맥주가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브랜드 파워가 아닌 맛에 있다며 원조의 맛을 강조했다.

대표 밀맥주는 기획 단계에서 맥주를 잘 모르는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고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만한 맛을 연구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과일 향을 찾아 복숭아, 파인애플, 패션푸르츠 세 가지 과일 추출물을 첨가해 향긋한 맛을 살렸다. 과일 향을 살렸으나 마셨을 때 혀에 닿는 실제 맛은 달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맛의 조화도 신경 썼다. 마시고 나면 입 안에 가득했던 과일 향이 사라지게 만들어 깔끔한 맛을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 독일 밀맥주처럼 밀 함량을 45%로 끌어올려 품질도 높였다.

세븐브로이는 앞으로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텔레비전 광고 등 각종 홍보 매체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공격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기존 곰표 밀맥주가 사실은 대표 밀맥주라는 것을 고객에게 인지시키는 활동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