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량이 갑자기 늘어나면…자궁샘근증 때문?

입력
2023.05.13 11:20

40대 초반 미혼 여성 A씨는 평생 없던 생리통을 몇 달째 겪고 있다. 처음에는 컨디션이 나쁜 탓에 평소보다 통증이 심한 것으로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한 통증과 과다한 생리량이 단순 생리통이 아닐 거라는 의심이 들어 산부인과를 찾아 ‘자궁샘근증’ 진단을 받았다.

수정된 난자가 착상하고 성장하는 여성의 생식기관인 자궁은 자궁경부, 자궁근육, 자궁내막으로 분류한다. 자궁샘근증은 자궁 내벽을 이루고 있는 자궁내막이 근육세포로 구성된 자궁근육층에 침입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침입한 조직이 자궁 전체나 전·후 벽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면 자궁 자체가 커지는데 이로 인해 자궁 수축이 강해져 심한 생리통이 발생한다. 자궁이 커진 만큼 자궁내막이 증가해 생리량도 많아지고 근육층 내부에 고여 있던 혈액이 빠져 나와 생리 기간이 길어진다. 이 밖에 성교통ㆍ만성 골반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자궁샘근증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다. 환자의 50%는 무증상을 보이며 보통 35세 이상 가임 후반기 여성에게 생리 시작 1주일 전부터 생리가 끝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난다.

김병수 대동병원 자궁근종센터 과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궁 내에 발생하는 양성 종양인 자궁근종은 초음파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자궁샘근증은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감별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어 임상 경험이 풍부한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과장은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근종만 제거하면 자궁을 보존할 수 있는 자궁근종과 달리 자궁샘근증은 불분명한 경계로 병변만 제거하는 데 어려울 때가 많으며 두 질환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기에 조기에 제대로 진단받아 질환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료는 환자의 나이와 임신 희망 여부,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무증상 혹은 증상이 가볍거나 폐경이 가까워지면 진통제 등을 복용하며 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거나 임신을 원하지 않을 때에는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 복강 내시경으로 수술하기에 회복 기간이 비교적 짧고 통증과 유착이 적어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자궁 보존을 원하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경구 피임약ㆍ호르몬제ㆍ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등 약물 요법을 시행한다. 약물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면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고 재발이 잦다.

자궁 질환은 증상이 없을 때도 있기에 정기검진으로 자궁 상태를 체크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부끄럽다고 참기보다 산부인과를 찾아 자궁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 밖에 자궁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금연 △금주 △육류ㆍ당류 섭취 줄이기 △채소ㆍ과일 적절히 섭취 △정제 탄수화물 줄이기 △숙면 취하기 △건강 즙 등 민간요법 삼가기 등을 실천하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