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가면 10만 원, 안 가면 5만 원? 한국화 된 축하의 세계 축의금

입력
2023.05.11 20:00
[h알파] ep.38 축의금

편집자주

뉴스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이슈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h알파’는 단편적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들 사이의 맥락을 짚어주는 한국일보의 영상 콘텐츠입니다. 활자로 된 기사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때, 한국일보 유튜브에서 ‘h알파’를 꺼내보세요.



5만 원 ? 10만 원?
청첩장을 받아 들고, 고민에 빠지게 되는 이유

결혼의 계절 봄, 주변 지인들의 행복한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청첩장 앞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바로 축의금 액수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에 얼마가 충분하다고 조언해 주는 전문가까지 등장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은 지인을 결혼식에 초대하기 위해 식사를 대접하고, 하객은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지 부담되고, 그 마음을 알기에 식을 마친 부부가 또다시 감사의 답례를 하는 한국의 결혼 문화. 우리 사회에서 축의금은 언제부터, 체면과 답례 그리고 비용을 의미하게 됐을까요? 오늘의 h알파, 한국화된 축하의 세계 '축의금'입니다.

공동체 품앗이였던 축의금

축하할 일에 주는 돈을 의미했던 축의금이, ‘결혼을 축하하는 돈’의 의미로 정착된 건 1950년대로 보입니다. 이 시기의 축의금은 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이벤트를 위해 금전과 마음을 합하는 일종의 품앗이이자 지원망이었어요. 결혼이 당연했던 시대, 내가 누군가에게 축의금을 내면 그 누군가로부터 당연히 축의금을 돌려받을 것이란 믿음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50년 뒤 축의금을 비롯한 결혼 문화 자체가 요동칩니다. 2000년대 이후엔 결혼한 사람의 90% 이상이 웨딩홀에서 식을 올렸어요. 결혼비용이 올랐고, 축의금을 내면 식권을 주는 관행이 자리 잡았죠. 5만 원권이 발행된 후로 축의금 단위도 달라졌습니다.

2023년 축의금의 의미

그리고 현재, 하객에게 축의금은 또 다른 의미가 됩니다. 금액뿐만 아니라, 시간 역시 돈이니까요. 결혼하는 사람들이 감소하면서, 과거처럼 축의금이 품앗이의 역할을 한다는 인식도 줄어들었습니다. 내가 낸다고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축하에 앞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게 된 것이죠.

결혼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돈과 시간을 내 결혼식에 와주길 부탁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습니다. 결혼 전 청첩장을 주면서 식사를 대접하고, 결혼 후 답례품을 선물하는 게, 예의처럼 여겨지게 된 거죠. 답례에 대한 답례에 또 답례하는 ‘무한 답례’의 고리가 생겨버린 겁니다.

축의금, 비용과 체면을 넘어설 수 있을까?

h알파가 만나 본 경험자들이 하객들에게 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모임은 15~20회. 들어간 비용은 300만~40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혼 후 떡이나 쿠키 같은 답례품을 돌리는 것까지 에너지가 많이 들었지만, “안 할 수는 없었다”고 하는데요.

결혼에서 파생된 신(新)문화가 이어지는 또 다른 이유. 자식의 결혼이 부모의 의무 혹은 권리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청년 세대의 문화는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진 못한 것이죠. 그러나 허례허식의 축의금을 둘러싼 사회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문화 역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할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비용과 체면이란 의미의 축의금을 넘어 ‘시간과 마음으로’ 결혼을 축하해 주는 문화. 곧 한국에 정착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알파 유튜브 영상 보러 가기(https://bit.ly/3RrDmye)

연출 박고은/ 구성 제선영/ 진행·취재 양진하/ 촬영 최희정·이수연/ 영상편집 박고은/ CG 전세희/ 인턴PD 박수빈



양진하 기자
박고은 PD
제선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