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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로 일한다. 돈에 쪼들린다. 홀로 사는 외롭고 빈한한 삶.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남편의 전사 소식이 뒤늦게 당도한다. 1957년 영국 런던에 사는 중년 여인 에이다 해리스(레슬리 맨빌)는 불우하다. 즐거울 일 거의 없는 그는 어느 날 눈이 번쩍 뜨이는 황홀한 경험을 한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명품 드레스를 마주하면서다. 해리스에게는 꿈이 하나 생긴다. 명품 드레스를 사서 입겠다는 것. 우울이 지배했던 그의 삶에 활력이 찾아온다. 그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드레스의 가격은 500파운드다. 해리스로선 넘기 힘든 장벽이다. 하늘이 도운 걸까. 운 좋게 축구복권에 당첨된다. 하늘이 외면한 걸까. 해리스는 충동적인 결정으로 돈을 다 날린다. 행운과 불운이 반복되고 해리스는 좌충우돌하며 프랑스 파리로 갈 여비와 드레스값을 마련한다.
파리에 가서도 우여곡절을 겪는다. 가난한 영국 여인이 명품 드레스를 사러 온 것에 크리스티앙 디오르 직원들은 놀란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2인자 콜베르(이자벨 위페르)는 상류층이 아닌 해리스를 대놓고 무시한다. 고객이 다 똑같지는 않다. 돈 다음으로 계급의 장벽이 놓여 있다. 해리스는 주변 사람들의 호의와 악의 속에 꿈에 조금씩 다가간다.
해리스의 사연은 대중소비사회가 자리 잡아가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상류층만을 상대로 화려한 맞춤옷을 만들던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상류층은 예전만큼 돈을 쓸 여력이 없어진 반면 보통 사람들의 구매력은 커졌다. 해리스의 돈키호테식 언행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사람들에게 영감을 던진다. 해리스의 ‘모험’은 고상한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교양과 예의는 없고 돈만 있는 일부 상류층의 실체를 까발리기도 한다.
영화의 전개 방식은 경쾌하고 상쾌하다. 해리스의 예측불가 행보가 웃음을 부르고, 잔잔한 감동을 빚어낸다. 1950년대 영국과 프랑스의 풍속을 화면에 복원해 시각적 즐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화려한 명품 드레스의 향연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는 작은 반전이 이어지며 전개된다. 마치 삶은 행복과 불행의 반복이라는 걸 말하려 하는 듯하다. 해리스는 불행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커다란 행복을 욕망하지 않는다. 작은 꿈, 그러나 자기와 같은 처지라면 쉬 꾸기 힘든 꿈을 향해 전진한다.
삶에 대한 해리스의 긍정적인 태도와 남을 향한 선의는 많은 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하나 누구나 미소 지으며 해리스를 응원하게 될 듯하다. 삶에 복병처럼 숨어 있는 불행과 슬픔을 잠시 잊게 하는 건 어쩌면 이런 순수하고 순박한 사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