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의 막이 올랐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한 푼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11일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인·허가를 내주는 대신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 4개 기업에서 133여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개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이 대표 측은 예상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 측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정점으로 한 지역 토착 비리"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이런 검찰 시각으로 공소사실이 얼마나 자의적·악의적으로 꾸며진 허구인지 잘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이 대표가 돈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배임 의혹에 대해선 "민·관 합동으로 대장동 사업 개발 이익을 상당 부분 환수했기 때문에 혐의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 측은 "이재명은 민간업자들 핵심 요구 사항을 하나도 채택하지 않아 오히려 5,000억 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환수했다"며 "검찰은 '더 많은 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지자체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에 대해선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과 결탁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번복된 진술에 기초해 '유동규와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주장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공모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공소장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이는 방어권에 직결되기 때문에 공소장에 (보고와 공모에 관한) 구체적 시기와 내용을 특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 측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도 세세히 반박했다. ①인·허가를 빌미로 광고비를 지급하게 한 적도 없을뿐더러 ②검찰이 뇌물 대가로 적시한 '정치적 이익'은 무리한 논리라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오히려 "시장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익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취해야 할 긍정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측은 특히 "법원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사법 근간과 법치주의가 무너지게 된다"며 "이 대표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적극적 행정을 하려는 노력을 완전히 꺾게 될 것이므로 국가 발전의 중대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배임·뇌물 혐의 재판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이 "증거 기록이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방대해 기록 검토에만 1년 정도 필요할 걸로 보인다"고 했고, 재판부 또한 "이 사건은 1, 2년 이상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 전까지는 1심 재판 결론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측 주장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검찰은 "역사상 유례없이 방대한 기록이라거나 뇌물 사건에 전례가 없던 정치적 이익 등은 근거가 뭐냐"며 "압수수색 횟수도 셀 수 있는데 사실과 다른 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사건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사건도 있는데 이걸 가지고 변호인들이 기록 검토에 몇 년이 걸린다고 하는 건 (이해가 어렵다)"이라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에 대해 "충분히 금품수수 과정의 경위나 시기가 특정돼 있다"며 "이 대표 측에서 조금 억지주장하신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대장동 사업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재판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렸다. 이 대표 최측근인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총 1억9,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직전 기일까지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심리를 마친 재판부는 이날 뇌물 혐의에 대한 검찰과 김 전 부원장 측 의견을 청취했다.
김 전 부원장 변호인은 "시의원은 행정공무원이 아니므로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할 권한이 없다"며 "오히려 피고인이 600명 이상의 조직을 거느리는 유 전 본부장에게 청탁할 일은 있을지언정 그 반대는 불가능해 검찰의 악의적 끼워넣기 프레임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의형제를 맺는 부분 등 피고인은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며 "회식할 때 제일 어린 유씨가 결제하는 등 (두 사람 사이) 명확한 갑을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