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성장률, '1%대' 뚫린다… 예상 뛰어넘는 경제 위축

입력
2023.05.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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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3개월 만에 1.8→1.5% 하향
내수 양호, 경기부양용 추경 선 그어
"물가 2% 근접, 내년 말 경제 정상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3개월 만에 0.3%포인트 낮춘 1.5%로 내다봤다. 특히 상반기엔 성장률이 1%를 밑돌면서 경제가 푹 가라앉는다고 예측했다. 경제는 성장률이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하더라도 물가가 2%대에 들어서는 내년 말에나 정상화할 전망이다.

반도체 부진 심화, 상반기 경기 더 위축

KDI가 이날 내놓은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예상한 올해 성장률 1.5%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발병 초기를 제외하곤 가장 저조하다. 올해 상반기, 하반기 성장률도 2월 전망에서 내린 0.9%, 2.1%로 제시했다.

정부, 한국은행 등 공신력 있는 성장률 전망 기관 가운데 상반기 성장률을 0%대로 예상한 곳은 KDI가 처음이다. 상반기 경기 하강의 골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2.6%보다 낮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2.3%는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을 시사한다.

KDI가 성장률을 하향한 배경은 예상보다 둔화하고 있는 '수출 주력' 반도체 경기다. KDI는 2월 전망 때만 해도 세계 경기가 괜찮아지면서 수출 부진이 완화한다고 예상했지만, 수출은 4월을 포함해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출 위축은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도달하는 2,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에 주저앉은 성장률은 하반기 들어 점점 오르나 개선세가 미약하다. KDI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회복, 바닥을 찍는 반도체 경기 반등 영향으로 경기가 상반기보단 나아진다고 봤다.

"상반기보단 낫지만, 하반기도 좋지 않다"

내수가 경기 하강을 방어하는 양상은 과거 경제 위기 때와 비교되는 점이다. 소비 위축, 실업자 증가를 겪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시기와 달리 현재 소비, 고용 지표는 선방하고 있다.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2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상향한 3.0%다. 코로나19 기간 억눌렸던 여행, 소비 수요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난 효과다. 취업자 증가 인원도 같은 기간 10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높였다.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구하고 있어서다.

KDI는 경제가 정상화하는 시점은 내년 말이라고 분석했다. 경기가 개선하더라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KDI가 전망한 물가 상승률은 올해 3.4%, 내년 2.4%다. 경기가 하반기 반등한다는 기대를 위협하는 요인도 대비해야 한다. KDI는 중국 경제·반도체 경기 회복이 늦춰질 경우 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KDI는 경기가 부진하지만 재정·통화 정책은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을 제언했다. 재정 정책은 내수, 고용이 양호한 만큼 나랏돈을 경기 부양에 쏟는 대신 취약계층 보호, 성장잠재력 확충 등에 써야 한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선을 그은 셈이다. 기준금리는 물가가 아직 불안정해 연말까지 3.5%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상저하고'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낫지만 좋진 않을 것"이라며 "내수 부양 필요성이 크지 않아 재정 정책은 올해 편성한 예산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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