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원조 최강자' 구글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구글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그간 갈고 닦아온 AI 서비스를 대량으로 쏟아냈다. 챗GPT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AI 분야에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구글은 이날 I/O에서 미국·영국에만 출시했던 AI 챗봇 '바드'를 세계 180개 국가에서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개방하고, 바드 지원 가능 언어에 한국어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100개 언어를 구사하는 구글의 새 AI 모델 '팜(PaLM)2'를 바드에 결합한 결과다.
아울러 구글은 구글 검색에도 AI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글의 검색과 AI의 결합은 마이크로스프트(MS)의 '빙'보다는 늦었지만, 구글 검색의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AI 검색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개발자들의 이목이 쏠린 이날 I/O의 하이라이트는 바드의 새 지원 언어로 한국어가 발표된 순간이었다. 바드의 향상된 성능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선 시시 샤오 구글 부사장이 "오늘부터 당신은 영어를 넘어 한국어와 일본어로 바드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자, 그의 뒤편 대형 화면에 '한국어'란 글자가 크게 떴다. 두 시간 내내 영어로만 진행되는 I/O 무대에 이례적으로 한국어가 등장한 것이다.
구글은 바드의 지원 언어를 40개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인데, 그중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이날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일본은 구글에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지만, 한국은 구글의 우선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이례적이다. 한국어를 외국어 중 가장 먼저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구글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테크업계에선 한국과 일본 모두 인터넷 강국이면서도 구글 검색이 1위를 지키지 못하는 드문 시장이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용자 반응을 빨리 살피면서도 오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파가 크지 않을 거란 얘기다. 한국과 일본을 일종의 신기술 시험대로 삼은 것이다.
새로워진 바드는 외국어만 익힌 게 아니다. 바드는 '글'뿐 아니라 '이미지'로도 이용자와 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꼭 가야 하는 관광명소가 어디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바드는 글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활용해서 답을 내놓는다. 구글은 이용자가 이미지를 보여주며 질문할 수 있도록 조만간 바드에 구글 렌즈(사진을 찍거나 저장된 사진을 불러와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결합할 계획이다.
바드의 실력이 향상된 건 구글이 이날 함께 공개한 AI 모델 팜2 덕이다. 구글이 지난해 공개한 팜의 차세대 버전인 팜2는 매개변수가 5,300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AI는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역량이 뛰어나다. 챗GPT 공개 초반에 쓰였던 AI 모델(GPT-3)의 매개변수가 1,750억 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팜2가 얼마나 똑똑한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구글은 "팜2는 과학과 수학에서 추론도 가능하고, 코딩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팜2는 바드뿐 아니라 구글 닥스(문서편집기), 클라우드(가상 서버) 등 25개 구글 서비스에도 적용됐다. 그 결과 구글포토의 경우 포토샵을 쓰지 않고도 사진에서 원하는 부분만 도려내거나 배경 색을 바꿀 수 있다.
구글 검색에도 팜2가 적용된다. 구글은 AI 검색의 명칭을 일단 생성형 검색 경험(Search Generative Experience·SGE)이라고 지었다. SGE를 이용하면 '언덕이 있는 출퇴근 길에 탈만한 자전거'를 검색했을 때 △출퇴근용 자전거 구입 시 고려사항 △적합한 자전거와 가격, 구매 가능 사이트 링크, 사용자 후기 △추가 질문을 남길 수 있는 검색창이 뜬다. 단순히 검색 결과만 보여주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화·정교화한 답변을 내놓는 셈이다. 다만 SGE는 영어만 가능하고, 대기 명단에 올린 사람에 한해 순차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충분한 시험 기간을 거치겠다는 의지다.